20대 언젠가부터 내 꿈 중 하나는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것이 됐다. 문득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단 두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환상 같은 것이 있었다. 바람 소리를 듣는다. 그녀와 함께.
대학을 제주도에서 다녀 아이슬란드가 어떤 느낌일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심심할 수 있다.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차가 없으면 움직이기 힘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운전면허를 땄음에도 난 운전 경험이 없다. 제주도에서 친구들과 렌트한 차를 잠깐 몰아봤지만 곧바로 운전대를 넘겨야 했고, 부산 시내에서도 짧게나마 차를 몰아봤지만 스스로 두려움에 휩싸여 운전대를 놓아야만 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이 나이 쯤 되니 사회 현상도 조금 이해하게 되고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운전은 사고가 날까 옆에서 뭐가 튀어나올까 걱정을 하면 직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면서 운전을 했던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곳에는 직진 구간이 엄청 많다는 것이었다. 환경에 의한 여러 돌발상황들을 제외해도 무료함으로 인해 운전하기 매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 Seyðisfjörður라는 마을을 알게 됐다. 그 나라 기준으로는 도시인데 풍경이 너무 예뻤다. 93번 국도를 이용해야 하는 특성상 눈이 많이 내리거나 하면 마을에 갇힐 수도 있다고 했다. 나도 언젠가는 몇 개월 틀어박혀 글을 써야 할 때가 오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에 갇힌다면 조금 낫지 않을까. 옆에 그녀는 없고 바람조차 성가실 테지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산책을 하고, 틈틈이 글을 쓰며 고통받는다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부산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내 글의 구조는 다소 복잡하고 제멋대로다. 그것이 매력이라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잔잔한 풍경 같은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다. 하지만 날씨는 그렇지 않다. 아이슬란드의 청소년 자살률이 한때 매우 심각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기후 때문일까.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참 살기 좋은 곳 같다. 이런 곳에 살면서 왜 그런 고통을 상상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곳에 대한 환상을 가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환상을 버리고 가면 상상했던 일들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녀의 눈이 파란색이고 머리 색깔이 노랗다면 놀랄 만한 일은 아닐까. 그리고 바람이 불까. 이미 그녀에 대한 환상을 품었기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현실은 환상을 품고 그것이 깨지는 나날들의 연속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