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를 보고 난 뒤에 가장 공감했던 한 줄 평은 요즘 우리나라에는 왜 탕웨이 같은 여배우가 없는지..였다. 그러나 김민희가 '화차'로 임팩트를 남긴 후 '아가씨'를 통해 완성된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물결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손예진이나 임수정 같은 배우도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젊은 배우들이 많았지만 탕웨이의 존재감이 워낙 강했던 것이 아닐까. 수인번호 2537번, 그리고 시애틀의 풍경.
미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한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다시 보니 새롭다. 처음에는 1982년 작 만추에 비교하게 되었기에 오직 탕웨이만 보기도 했다. 나는 그 영화에서 김혜자의 연기를 보고 좀 놀랐다. '전원일기'의 김혜자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만추는 1960년 작이 원작이었다. 이만희 감독이 연출했다는 그 작품은 필름이 모두 소실되었다고 하는데 북한에 하나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만추는 늦은 가을을 뜻한다. 이만희의 늦은 가을이 시애틀로까지 도달했을 때 우리는 어떤 감상에 젖게 될 것인가.
한자어 제목 때문인지 주연 배우가 중국인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게다가 현빈이 연기한 캐릭터는 미국에서 한국인 여성들을 상대하는 일을 한다. 그들 사이에서도 상징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옥자다. 금자 씨 이후 우리나라 여성 캐릭터를 잇는 또 하나의 쾌거라 할 수 있겠다. 나는 그랬다. 애나를 정말 사랑하게 됐지만 옥자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김태용 감독의 늦은 가을에는 놀이동산도 있고 수륙양용 차도 다닌다. 소박하지만 획기적인 발상이 있었고 큰 꿈이 있었다. 탕웨이가 과자를 먹는 장면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국적을 떠나 우리는 왜 이런 싸움을 하게 됐을까라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2011년 작 만추를 보고, 그들의 짧은 사랑을 느낀 후에 적는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