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by 문윤범


마이클 패스벤더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것은 이 영화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그 이름을 들은 적, 얼굴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의 표정과 목소리, 연기 등을 처음 느끼게 된 것은 이 영화를 통해서였다.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배우들은 모두 영어를 쓴다. 때문에 북유럽 영화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노르웨이라는 무대가 더 돋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세상은 온통 하얗지만, 그래서 가죽으로 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부츠를 신은 채 등장하는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존재감이 더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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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녀를 구할 수 있었어. 왜냐면 내가 단서를 다 줬거든."


이 문장은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다. 어떠한 의미가 있었다기보다는 포스터에서의 글자나, 혹은 변조된 범인의 목소리 등을 통해 새로운 감정들을 선사한다. 알려진 모든 작품이 소설 원작일 정도로 감독이 문학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리고 음악 감독을 선택하는 능력이나 삽입곡을 고르는 능력에서도 알 수 있듯 그 분야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것도 느끼곤 했다. 토마스 알프레드손은 영화의 보편성을 잘 활용하는 감독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망했다.


"오슬로의 범죄율이 낮아서 미안하군."


가장 웃겼던 대사 중에 하나다. 흥행률이 떨어질 것은 아마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도 봐주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영화감독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 차 안 갖고 다녀요?"

"면허가 없어."


역시 웃겼던 대사 중에 하나다. 하지만 반전이라면 후반부 주인공은 운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자인 그가 혹시 음주 운전이라도 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면허가 취소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는 비밀스러운 남자였다. 딱히 숨기는 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동료이자 후배인 카트린에게는 유독 숨기는 게 많았다. 그녀 역시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로 그에게 다가왔다. 카트린은 아버지에게 '산딸기'로 불리는 소중한 딸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망했다.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악평까지 얻었다. 그래서 추천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영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너무 처량하며, 한편으로는 따뜻함마저 느낀 장면은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자는 주인공의 발을 자신의 구둣발로 차고 지나가는 한 여성의 행동이었다. 그 장면에서는 대사도 배우의 얼굴도 드러나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꼭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데서 자면 안 돼. 그러다 죽어!"


그는 단지 손가락 하나를 잃을 뿐이다. 가여운 그 아이는 자라 경찰이 되고 끝까지 범인을 추적해 잡아내는 능력까지 가지게 됐다. 하지만 그 아이가 가여웠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누구도 이 세상이 그런 식으로 자라고 성장할 줄은 몰랐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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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nowman , 2017/ Tomas Alfre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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