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에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보고 오래도록 기다렸다. 늘 그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배우들과 작업할까, 어떤 포스터 어떤 음악을 선보일까. 그리고 어떤 영상들을 펼쳐 보일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박찬욱 감독이 요즘에는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가 하는 그 시선에 관한 것이다.
탕웨이와 함께한 '헤어질 결심'이 올해 개봉 예정인 가운데 애플티비와 유튜브를 통해 먼저 단편 영화 한 편이 공개됐다. 이미 아이폰4로 자신의 동생과 함께 '파란만장'이라는 작품을 만든 경험이 있는 감독의 두 번째 아이폰 촬영 영화다. 한때 핸드폰으로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이 화제였던 시절이 있다. 영화가 무언가 위대함을 벗어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영화는 일상적인 낭만에서부터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적어도 나는 영화를 그런 세계로 생각하며 동경하고 꿈꿔왔다. 박찬욱 감독은 내게 위대한 존재였으나 점차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섰다. 그러나 언제나 단편영화만큼은 종잡기 힘들다. 다시 높이높이 오르는 기분이다. 멀어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한바탕의 봄꿈이라는 의미처럼 먼 곳에서 다시 꿈이 비친다. 현실로 돌아오기 위한 한두 시간의 시간 보냄일지 모른다. 일장춘몽 영화는 그보다 더 짧다.
파란만장에서는 파란과 만장을 따로 구분 지어 제목을 지은 느낌이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의도로 이름을 지었을까 궁금했다. 그때 난 만장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일장춘몽 제목 속에는 또 어떤 유머가 숨겨져 있을까. '아가씨'에서 감독은 영화를 1부 2부 3부로 나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걸 굳이 한문으로 썼는데 내 눈에는 그게 1류 2류 3류처럼 보이기도 했다. 난 숙희가 1류 히데코가 2류 후지와라, 아니 고판돌이 3류 정도라 인식했기 때문이다. 인생 제1장은 춘몽이라는 뜻일까. 춘몽은 또 무슨 의미일까. 잘 모르겠다. 봄이 정말 희망으로 가득한 계절인지 난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겠다.
아가씨에서는 또 인형극 요소가 사용되기도 했는데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무엇보다 유해진, 박정민 배우와 함께한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영화라서 더 흥미롭다. 그리고 김옥빈 배우가 출연한다. 이번에도 난다. '박쥐'에서처럼.
단편영화는 시 같다 했던가. 요즘 미국 영화들만 엄청 보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는데 조금은 채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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