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by 문윤범

컨트롤이 조지 스마일리와 함께 퇴장하는 장면에서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음악이 흐른다. 영화 내내 이 스페인 출신의 음악 감독이 빚어낸 선율은 빛을 발한다. 런던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영화는 스웨덴 출신의 영화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손이 연출을 맡았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다른 첩보 영화들과 차별화된 영화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졌다. 주인공이 총을 손에 쥔 채로 불 사이를 헤쳐나가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짐 프리도가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안내자는 카페에서 빵을 아주 맛깔스럽게 먹는다. 레이컨 차관은 자신을 면담하러 온 정보국의 수뇌부들 앞에서 빵 위에 버터를 바르는 일에 매우 열심이다. 빌 헤이든은 출근하자마자 금발의 벌렌더부터 찾는다. 그러는 사이 리키 타르는 레이컨 차관에게 전화를 걸고 사전 통보도 없이 조지 스마일리의 집을 찾는다. 그리고 여자가 한 명 있다고 말한다.

정보부 안에 첩자, 두더지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고 스마일리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 그때부터는 추억을 쫓는 여행처럼 정보부 안팍에서 벌어진 일들이 느린 컷들로 나열된다. 스마일리는 그 기억들을 하나씩 수집해나간다. 피터 길럼은 그의 오른팔로써 중요한 임무들을 수행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영화에서 꽤 비중 있었던 것은 정보국 요원들의 잡무가 얼마나 지저분한 것인지를 피터 길럼을 통해 잘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게리 올드만, 스마일리는 길럼을 다독이며 때론 충고도 하며 팀을 이끌어나간다. 미안하다는 말까지 한다.

리키 타르의 이스탄불 무용담도 전해진다. 그곳에서 모스크바에서 온 여자를 만나 사랑에도 빠진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매우 짧다. 그 삶은 로맨틱하지 않았다. 배신자를 찾다 배신자가 되고, 배신자가 되어 돌아와 배신자를 색출해내는 일에 다시 합류한다. 정보국 내에 침투해있는 스파이의 정체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원작 소설은 이미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고 그들은 대체로 이 이야기가 영화로 함축하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도 방대하다 말했다. 누군가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결말이 시원하지가 않다. 누가 첩자로 판정 났다 판결문 같은 것을 읊지도 않는다. 추격전이 벌어지고 격투가 벌어져 경찰과 도둑 사이 같은 그런 신분적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지도 않았다. 쫓고 쫓기다 보니 영화는 어느새 끝으로 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러닝타임 안에는 낭만이 머물렀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높이 평가되고 인정받은 이유였는지 몰랐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언젠가 꼭 스파이물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과거부터 그런 장르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하나의 큰 동기가 되어준 작품이었다. 나의 스마일리는 누가 될 것인가. 어떤 인물을 그릴까. 나이와 얼굴 생김새, 또는 옷 입는 방법까지.

이 감독의 영화는 어쩌면 연출자들에게 더 인기 있을지 모른다. 이야기는 원래 다 알던 것이고 배우도 음악 감독도 이미 다 유명한 사람들인데 오직 감독의 이름만이 생소했다. 그는 '렛 미 인'이라는 영화로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팅커 테일러 솔저, 그리고 스파이.

스파이는 전쟁 이전에는 존재 자체가 불분명했다. 영웅을 낳은 것은 전쟁인가 아니면 첩보의 세계인가. 스스로 자신을 알려야 하는 지금 시대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세계에서 탈출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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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Tomas Alfre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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