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생각

by 문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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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화 '부산행'을 재밌게 봤었다. 부산이라는 두 글자가 나를 이끌었던 걸까. 좀비라는 캐릭터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런데 좀비들의 특성 중 하나는 줄지어 달리는 것이었다. KTX는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향한다. 가장 중요한 동기는 어쩌면 기차를 통한 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 감독의 작품은 그 영화 밖에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장르를 선보인다는 점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디어들 때문에 연상호라는 이름은 꾸준히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지옥'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의 소개 영상을 보게 되었고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전혀 상관없는 듯했지만 난 그 영상들을 보며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렸다. 어떠한 거대한 존재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듯하다. 인간의 생명을 창조 또는 가져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다면 나는 그들 앞에서 무릎 꿇고 엎드려 절할까. 그러나 이 마음속에 가득 찬 무형의 물질들은 그들이 생성해낸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환상적 캐릭터는 그런 알 수 없는 말도 지껄이게 만든다. 창조를 논하며 지옥에서 온 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교주 행세를 하도록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는 유아인 배우가 출연하는데 교주로써 등장했다. 하지만 종교라는 것은 신도들이 있어야만 구성되는 집단일지 모른다. 하나의 이름 아래 이름 없는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종교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들을 보고 싶다. 옛날에는 끔찍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는 보고 싶어진다. 좀비, 종교 단체 같은 것들. 언제나 보고 싶어 하는 얼굴 유아인을 통해 그런 이미지들이 정화되는 느낌은 늘 신비롭다. 하지만 대사하는 걸 보면 가끔 그 대사가 떠오르기도 해 웃음이 난다. 이 시리즈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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