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날아온 새들이 사람들을 하나 둘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편히 누워 잠든 자들이 몸덩어리만 남은 채로 발견되었고 김 의장은 그들의 존재를 직감했다. 천국에서 온 목사들. 그는 예루살렘에서 크고 아름다운 새들을 보았다.
영주는 빈 새장을 보고 있다. 하얀 깃털이 바닥에 쌓여 있는 것을 본다. 성수역 3번 출구 앞에서 효진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이 되었다. 7시였다. 조류원 간판에 적힌 글자는 자유로였다. 그 글자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계단을 내려온 효진은 전화기를 든다. 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가 짧고 키가 큰 남자. 짧은 가죽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서 있을 자. 하얀색 운동화 한 짝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다.
"워!"
효진은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의 가슴팍을 밀친다.
"어디 있었어?"
그는 자유로, 조류원 앞에 있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을 때 그녀의 옆모습을 보았다.
"배고프다!"
모처럼 퇴근시간이 맞은 둘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효진은 자신이 성동구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 집을 알고 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오늘은 맥주도 한 잔 마실 수 있을 거라며 영주는 들떠있다. 며칠 동안 자신을 경찰서에 묵어둔 사건이 해결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용의자의 집 책상 서랍 속에서 피해자 누나 채옥선의 명함이 발견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피해자의 몸에는 붉은 피가 덮여 있었고, 접시 위의 그것을 보던 영주는 그때의 충격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체리로 만든 소스라 이 말씀이야."
"냄새가 아주 멋지네."
연상우 경장이 현장에 도착해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영주는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따라 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첫 살인 사건 현장이었고, 그곳에서 나던 냄새가 아직도 코 끝을 떠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맥주잔만 입에 갖다 댈 뿐이다. 효진은 얼른 먹으라고 한다. 그에게는 그 말이 그 기억을 빨리 지우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을까.
남자 친구에게 자신의 미식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는 여자라면 그녀는 좋은 사람일지 모른다. 영주는 그녀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 물컹물컹하고 찐득한 느낌들이 더욱 오묘하게 느껴질지 몰랐다. 영주는 지금 이 순간이 살짝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