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라이트 노벨 'All You Need Is Kill'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톰 크루즈가 나오며 에밀리 블런트가 출연한다. 감독이 더그 라이만이어서 봤다. 나는 '본 아이덴티티'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모든 장면들이 헐리우드 상업 영화처럼 느껴지지만 더그 라이만 감독의 연출은 공감되는 것이 많다. 본 아이덴티티에서는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선장에게 맷 데이먼이 그런 말을 한다. What the hell are you doing? Where am I? 그때 난 외국에 있어서 그 대사가 그런 뜻으로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뭐 하는 거요? 내가 있는 이곳은 어디요? 자신에게 해야 할 질문을 선장에게 하는 제이슨의 모습이어서 난 그 말이 그렇게만 들렸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지금 난 어디에 있는 거지? 제이슨이 선장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줄 수 있냐 묻는 대사처럼 들렸다.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SF 영화이며 주인공의 하루가 반복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힌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남녀가 주인공이라는 점, 자신들 앞에 들이닥친 일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서로 가르친다는 점,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점. 물론 사랑을 담고 있다기에는 영화가 너무도 스펙터클하다. 그래서 되려 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그 라이만 감독 영화의 특징은 분위기가 그렇게 무겁지 않다는 점이다. 코트 입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가끔 이런 패딩 같은 영화가 더 없이 포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타임루프.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이었다. 시간이 반복되는 영화다. 톰 크루즈의 하루가, 그의 생각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 하루의 반복처럼도 느껴진다. 그의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전투력은 나날이 향상된다. 왜냐하면 하루가 반복될수록 더 큰 고난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내일 일어날 일들을 알면 분명 대처가 가능할 텐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는 톰 크루즈의 대처 능력이 단계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잘되지 않는다. 내가 톰 크루즈처럼 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일지 모르겠다. 영화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내가 에밀리 블런트 같은 여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상상을 현실화시킬 만큼의 몽상 능력이 요구된다. 에밀리 블런트 곁에 있을 수는 없어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에게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때가 되면 그녀의 단점이 보일 수도 있다.
주인공들은 내일 일어날 일들을 알게 되고 그래서 더욱 진보한다. 둘은 서로 사랑할 만한 연령적 신분적 개연성이 크지 않았다. 사랑은 진일보한 인간들이 만든 감정의 형체였다. 그것은 반드시 제3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공격이든 개입이든, 혹은 간섭이든. 내일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것이라 소문을 퍼뜨리면 지금 이 순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모두 중단될지 모른다.
Edge of Tomorrow, 2014/ Doug Li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