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영화는 여성을 향한 폭력 등이 묘사되어 남성성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두 편, 두 편 모두 반 정도 본 상태에서 느끼는 건 남자 배우들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게이로 알려졌다. 화려한 색깔로 대표되는 그의 영화는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여자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이 많고, 이 집 저 집을 오가는 장면도 많았다. 음식을 만들고, 그러면서도 계속 이야기한다. 대사가 끊이지 않는 그의 영화는 되려 지루함을 느낄 정도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1988
2006년작 '귀향'을 보면서 1988년작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보다는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잔잔했던 위안이 보다 격렬한 사건이 다뤄지면서 큰 위로로 다가왔다. 물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도 보다 극적인 요소가 있었다.
남성성의 어두운 면을 가리고자 한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단지 나는 그런 큰 사건들에 작은 것들이 가려지는 것이 싫다. 그런 면에서는 그를 천재적인 영화감독으로 부르고 싶다. 그는 영화의 본질에 기초해 내 기분 감정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내 시선은 그가 만든 영상들에 현혹되었다. 그러고 싶을 때 있어주는 사람처럼. 술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처럼.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나는 행복했던 건지 모르겠다.
귀향, 2006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선택적 홀로서기를 할 때는 언제고 다시 돌아와 가족을 찾는다는 것은 비겁한 일 같았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왜인지 무겁고 또 느려진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일까.
신경 써야 할 다른 기분 감정들이 있다는 것은 그것 또한 스트레스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 거냐. 혼자 있고 싶다는 건지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는 건지. 나는 누군가가 내가 필요할 때만 있어주기를 바라는 걸까.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