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by 문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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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역사에서 사운드, 컬러, 스토리, 배우, 또는 음악이 없는 걸작은 존재해왔다. 그러나 촬영과 편집이 없는 걸작은 단 한 편도 존재한 적이 없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한 말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온 좋은 영화의 기준, 그러나 설명하기 힘들었던 내 생각을 어느 정도 풀이해 준 말이었다. 무엇도 완벽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설명하기 힘들다. 느낌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깨달아 아는 기운이나 감정으로 나온다. 완벽에 가까운 풀이가 있다면 내겐 어쩌면 그것일지 모르겠다.

가끔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또는 너무도 뻔하고 과한 촬영과 편집이 주는 피로감에 젖을 때가 있다. 때로 신선하고 모든 형식을 탈피할 듯한 촬영과 편집을 접하면서 흥미로워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떠한 말로도 최고의 영화를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수상작도 흥행작도 모두 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미성년'은 수상작 또는 흥행작이 아니어서 관심을 갖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평소 내가 좋아하던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도 아니었다. 단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면 김윤석 감독 주연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그는 아귀, 면가 등의 캐릭터로 유명한 사람이다. 형사 혹은 전직 형사 역을 맡았을 때 가장 주목받았던 배우였기도 하다. 또는 송강호의 친구로도 알려졌었다. 하지만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새로운 모습의 김윤석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그 모습이 이 영화 속에 부분적으로 담겼다. 평범한 가정의, 그러나 바람이 난. 내게는 그의 생활연기가 돋보인다. 물론 뭔가 극적인 연기도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배우다. 강한 카리스마도 뿜어낼 줄 안다. 이 영화는 디테일이 뛰어났고, 무엇보다 전개가 무리 없어 보였다. 시나리오도 좋았다. 여자애들의 학교생활도 그려지는데 선후배 관계의 묘사가 세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생님으로 나오는 배우 김희원의 연기가 현실적이었다. 주연 여배우들이 이 영화를 끌고 간다면 김윤석, 김희원 같은 남자 배우들이 점을 찍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말한 촬영과 편집의 중요성에 기준점을 둔다면 지극히 평범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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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스스로 감독이 되어 만든 영화를 몇 편 본 적이 있다.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한 톰 포드의 영화도 본 적 있다. 내가 본 그 영화들은 모두 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혹은 스스로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했던 건지 모른다. 김윤석 감독의 작품이라.. 먼저 무언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 보든 모르고 보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덕향오리, 그리고 선생님 김희원이다. 개인적으로는 주리가 너무 예쁘기도 했다. 김윤석이 연기한 캐릭터의 처음 모습도 너무 좋았다. 영화를 평가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평론가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직업적인 것이니까.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가치를 매기는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만원 돈 내고 보고 어떤 사람은 1500원, 6000원을 내고 본다. 극장에서 보냐 집에서 컴퓨터로 보냐 그런 차이도 있다. 난 그 가치를 평가하고 싶다. 1500원 내고 보기에는 너무 훌륭한 작품이었다. 6000원을 내고 봤다면 좋은 경험이었을 것 같다. 만원 이상을 투자했을지는 모르겠다. 영화든 소설이든 그런 것은 모두 화투, 카드놀이 같은 것이다. 무엇에 내 돈 전부와 손목.

아무튼 그렇다. 손에 쥔 네모난 조각 하나에 내 하루는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인생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기에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너무도 치밀하고 장대하게 연출돼 왔으니까. 가끔 기념품처럼 간직해두고 싶은 것도 있다. 나는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김윤석이라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회 한 접시에 복국 한 그릇이면 좋다던 어느 인터뷰에서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일상적인 것들에서 상업적인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면모가 나는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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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2018/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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