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실력자라면 장비에 관심은 많을 것이다. 나는 메탈리카를 좋아하는데 특히 제임스 헷필드가 사용하는 기타에 관심이 많았다. 깁슨 익스플로러나 ESP의 MX220 같은 것이었다. 2006년 서울 공연에서 ESP의 바이퍼 바리톤을 든 모습도 흥미로웠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 이름들도 모두 찾아봐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내겐 모양이 중요하다. 제임스 헷필드가 사용하는 기타는 대부분 특이한 모양이었는데 제조사들이 그런 모양의 기타를 만든 것도 처음에는 모두 실험적인 것이었다. 인간 또한 형체에서부터 시작된다. 기능은 어쩌면 만들어지는 것일지 모른다. 그 형태가 대부분 비슷하기에 비슷한 식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특이한 모양의 기타도 줄이 있고 그것을 쥐고 튕겨야 소리를 낼 수 있는 원리는 같다. 그가 만들어낸 사운드가 내 가슴에는 더 와닿았던 것뿐이다.
제임스 헷필드.. 그의 딸과 함께. 헤비메탈 하는 아저씨도 통기타 든다.
글을 쓰는 사람들도 아마 펜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어릴 때 연필을 쓰다 샤프라는 것을 보았을 때 강한 소유욕을 느꼈다. 제도2000, 3000, 그리고 5000은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연필이나 샤프를 쓰지 않는다. 볼펜이 사용하기 더 편하고 더 선명한 글자들을 찍어낸다. 백화점 몽블랑 매장에서 만년필을 봤을 때는 그게 꿈이 되버렸다. 이제는 긁기보다 두드리지만 말이다. 피아노 치는 것도 같고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 모습은 아티스트 같지 않다. 제임스 헷필드와 커크 해밋이 2006년 서울 공연 때 웃통을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 공연을 영상으로 봤다.
소설은 영화와도 닮은 부분이 있어서 난 카메라에도 관심이 많았다. 물론 20대 초반에 서면 대현지하상가에서 첫 카메라를 구입했을 때는 그런 목적일지 몰랐다. 언젠가 사진가가 되겠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글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롤라이플렉스의 두 눈 카메라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난 창작을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 카메라가 멋있다고 했다.
무겁다.
사람 눈은 대충 다 비슷한 것 같다. 도구는 인간을 움직이고 있었다. 장비는 실력자들이 움직이도록 한다. 그래서 나는 모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모아서 기타 대신 카메라를 산 걸 보면 나는 아마 연주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장인과 실력자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제임스 헷필드를 좋아했던 건 어쩌면 내가 그와 조금 닮아서일지 몰랐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는 핀란드인도 아닌데 서양인치고 눈이 좀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