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니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가 '추격자'보다는 좋은 평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그의 데뷔작은 너무도 훌륭했으니까. 그 영화는 정말 강력했다. 그런데 황해는 무척 센 영화였다. 더 잔인한 장면이 많았고, 또한 무척 긴 영화이기도 했다. 지금 찾아보니 편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컷 수와 카메라를 고정시키지 않고 촬영한 기법 때문에 보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드소마'를 한 번 보라. 이런 말을 한 나를 욕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영화는 보다가 욕을 했을 정도로 잔인했고 무척 길게 느껴지는 영화라 보기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난 황해를 이야기하고 싶다. 나 역시 여행에 대한 기억이 있고 추억 또한 있어 그 영화가 그저 잔인하고 하드한 영화로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의 사발면+소시지 조합이 왜 그리도 회자되었던가. 민박집에서의 먹방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인가. 다시 그곳을 찾아 총각김치를 한 입 베어 물고 감자를 쪄 먹은 장면 또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을 테다. 터미널에서부터의 그 여정이 그 끝이 너무도 아늑했기 때문이다. 여행은 고생이지 않았던가. 면접을 보러 서울에 가든 무슨 이유든, 그것도 아니라면 산에서 길을 찾아 헤맨 기억 정도는 누구나가 다 있지 않은가. 그러는 중에 내 돈이 아닌 돈으로 무언가를 사 먹는 것은 정말로 기억에 남는 일이다.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먹는 컵라면 혹은 소시지 같은 것은 그 맛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끝에 있는 음식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장면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이 처음인 듯하다. 조금이나마 연길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추격자와 크게 다를 것 없었지만 황해는 우리나라의 일상적인 풍경과 공간을 담아내는 부분에서 더 센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스태프들이 정말로 고생했다는 말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어쨌든 그래서 그런 좋은 영화가 나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요점은 많은 컷 수와 헨드헬드 기법과 같은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때로는 중요한 무언가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를 자주 보기는 힘들다. 꼭 봐야 하는 영화도 아닐 것이다. 개인적 동기와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국 동포들의 삶이 너무도 평면적으로 인식되어 왔기에 전혀 다른 시선이었다. 이전까지 접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와 비교해서 보기도 했다. 부산 사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가 드물었던 시점에서 그런 영화가 나왔고 황해 또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젠 깡패 영화에 물려 있던 관객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깡패가 아니라 인간의 삶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개싸움 혹은 개병 같은 것에 비유했던 것이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황해를 오고 갔을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전해져 감동적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황해, 2010/ 나홍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