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지성의 체력, 꾸준함의 미학
“박 교수, 혹시 운동 꾸준히 하는 거 아닌가요?”
같은 사무실을 쓰는 손 교수님이 내게 물었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몸매를 보니 알겠더라고요. 식단만으로는 절대 안 되는 라인이에요.”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교수님도 운동하실 것 같은데요. 어떤 운동하세요?”
“저는 요가요. 박 교수는요?”
“저도 요가 몇 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HIIT에 빠져 살아요.”
“HIIT요?”
“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요. 근력운동과 유산소를 결합해서 심박수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체지방을 태우는 운동이에요. 추운 겨울에 시작했다가, 이제는 한여름에도 이 운동만 해요.”
중국 대학에서는 부교수급 이상 두 명이 40㎡ 남짓한 사무실을 함께 쓴다.
조교수나 강사급은 여섯 명이 한 방을 공유한다.
계급이 공간을 나누는 현실은 익숙해졌지만, 나는 혼자보다는 함께 있는 편이 좋다.
손 교수님과 같은 공간을 쓰면서 서로의 리듬을 느끼고,
보이지 않게 서로의 몰입을 독려하게 된다.
손 교수님은 나보다 14살 많지만,
꾸준한 요가와 자기 관리 덕분에 몸매도, 표정도 단단히 젊다.
그 모습에서 나는 나의 미래 자화상을 본다.
역시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요가는 정말 좋은 운동이에요. 오래 앉아서 연구하는 우리 같은 직업엔 딱이죠.”
“맞아요. 골반 열리고, 말린 어깨가 펴지죠. 교수님은 혼자 하세요?”
“네, 코로나 이후엔 집에서 영상 보며 해요. 익숙해지면 혼자 해도 괜찮아요.”
“저도요. 원래는 센터에 가야만 운동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우리는 그렇게 ‘운동’이라는 공통 언어로 서로의 벽을 허물었다.
나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난다.
온몸이 천근만근일 때도 있지만,
HIIT 1시간을 마치면 세상이 다시 시작된다.
자기 효능감이 차오르고,
“오늘도 해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온다.
연구가 잘 안 되는 날도 괜찮다.
그래도 운동은 했으니까.
오늘을 이겼으니까.
나는 유튜브 채널 Afit의 황라희 트레이너의 HIIT 루틴을 4년째 따라 하고 있다.
그녀의 완벽한 자세와 탄탄한 몸은 내게 매일 동기부여가 된다.
지금도 노트에는 ‘세상에서 살이 가장 빨리 빠지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운동 루틴을 기록한다.
몇 번째 사이클인지, 몇 분짜리 영상인지 꼼꼼히 메모한다.
그 노트는 나의 땀과 의지가 남은 인생노트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esUHMu4Msw&list=PLh3n0CQkj2Tft0hRfk7mj-jqDxHdC8EI7
운동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그건 나를 단련시키고,
스스로를 믿게 하는 훈련이다.
나는 과거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에게 운동의 ‘철학’을 배웠다.
정확한 자세, 식습관, 마음가짐, 그리고 루틴의 힘.
그때의 인연들과는 지금도 명절마다 안부를 주고받는다.
운동하는 사람끼리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통한다.
함께 뛰지 않아도, 그 진동이 전해진다.
교수, 과학자, 작가, 회사원, 학생—
지적 생활을 하는 사람일수록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은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를 활성화해
집중력과 창의력을 키운다.
운동을 하면 똑똑해지고,
똑똑해지면 행복해진다.
행복해지면, 더 운동하고 싶어진다.
이건 끝없는 선순환이다.
겨울 아침,
중앙난방이 아직 덜 올라온 차가운 바닥에서
요가매트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는 손 교수님이 떠오른다.
그 모습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
연구자의 고독,
그 모든 것을 잠시 잊게 해주는 루틴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운동이다.
오늘도 나는 운동했고,
기록했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꾸준함이야말로
연구자와 인간을 함께 성장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근육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