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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설홍 May 04. 2021

매운것을 먹으면 왜 스트레스가 풀릴까?

먹다가 생각난 개똥철학

장영란이 네고왕에서 걸작떡볶이 치킨을 자신의 스타일로 레시피를 바꾸어 판매한 적이 있었다. 바로 네고왕 버전의 매운 떡볶이. 시류에 쉬이 편승하는 나로써는 그 맛을 안 볼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부터 자타공인 매운맛 마니아였던 나는 유투브를 보고 바로 매운 떡볶이를 주문했고 한시간을 기다려 음식을 받았다. 아니 근데 막상 포장지를 풀어보니 감바스 떡볶이가 들어있던게 아니었나. 밀려드는 주문폭주에 혼란이 온 사장님이 잘못보냈으리라 예상했다. 평소같으면 그냥 먹겠지만 그날은 정말 꼭! 매운 떡볶이를 맛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사장님께 전화해서 배달이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내게 노련한 말투로 매운 것은 심하게 매워 먹기 힘들정도니 감바스라도 드셔보시는게 어떻겠냐고 회유했지만, 제가 매운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요.. 하고 이야기하며 감바스는 입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었다. 그렇게 두시간에 걸쳐 기다린 떡볶이를 먹으며 그간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럼 도대체 매운음식을 먹으면 왜 스트레스가 풀릴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게 마련이다. 평소 매운맛보다 네배나 더 맵다는 네고왕 버전 떡볶이의 맵기에 흡족해하며 문득 든 생각이었다. 


혹자에 의하면 2010년대 즈음 불닭볶음면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매운음식이 트렌드가 되었고 너나 할 것 없이 매운맛을 찾아 쫓게 되었다고 했다. 게 중 엽떡을 비롯한 매운 떡볶이시장은 배떡으로 이어지면서 까지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럼 왜 매운맛은 트렌드가 되었을까. 순전히 나의 기준에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을 깨끗이 지울 수 있었다. 

그날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멈추지 않는 날이었다. 화가 나는 마당에 열이 가득한 매운음식을 먹으면 어쩔까 했지만, 매운 맛이 머리 끝을 톡 치고 분수처럼 온 몸에 땀을 쏟아내게 하면서 혀끝에서 오는 얼얼한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 그러니까 전문용어로 말하면 단기 기억상실을 일으킬 정도의 혀를 통한 통각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열받았던 상황을 깨끗이 지우게 했다. 마치 고통을 더 센고통으로 잊을수 있게하는 고전적인 치료요법이라고나 할까.


둘째로, 보잘것 없는 내가 이 매운 떡볶이를 먹음으로써 무언가를 해내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것은 바로 성취감일테다. 오늘 아니 어제 그제 회사에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노력을 해도 최악의 결과를 얻는 날들이 있다. 회사에서도 나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 그런 날 나는 남들이 조금 먹기 힘들어하는 매운음식을 먹으며 성취감을 얻었다. 그래 내가 이걸 정복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지 못하는 것을 먹음으로써 회사에서와는 반대로 남들이 하지 못한일을 내가 해 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물론 이후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것들 등은 나중의 일이다-. 그 덕에 나는 음식을 먹고 나서 꽤나 양양한 기분을 얻었다.-다시생각하니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합리적인 자기위안방법이라고 위로한다-


셋째로,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지만 쾌변에 도움이 된다. 

변비를 앓고 있는 친구가 매번 돌체라떼를 먹는 것을 봤다. 매운음식을 곧잘 못 먹는 친구라 그렇게 변비해결을 한다고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유당장애를 아주 잘 활용하는 사례다. 나는 거의 이틀에 한번 매운음식을 먹음으로써 이를 활용한다. 활발한 장 운동에 다분히 도움이 된다. 


결과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말이다. 이 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에 의하면 매운맛은 뇌에서 엔돌핀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물론 매운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위장장애를 가지고 오거나 소화기관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너무 많은 섭취는 줄이는게 좋겠다.


그러나, 나는 개똥철학으로 발견한 성취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이 여러 구조적인 혹은 개인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이 매운것을 통한 작은 성취감 또한 매운맛을 소비하는 트렌드에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인들을 대입해 보면, 매운음식을 좋아하고 먹는 친구들은 대부분 프롤레타리아였다. 쉽게 말하면 노동자. 그리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때, 일끝나고 더 자주 찾았던 듯 하다. 사용자인 사장님들이 막 매운거 먹으면서 좋다고 매니아처럼 먹는 것은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아하게 와인을 먹으며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지 않을까 싶은 나의 아주 편협한 고정관념이 뇌리를 스친다.


고로, 매운음식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내 영원한 소울푸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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