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과 소득의 상관관계
그리고 업무스트레스가 끼치는 영향
나는 엥겔지수가 높은 세대의 세대주다.
1인가구 구성원으로써 소득의 대부분은 먹는것에 80프로 이상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생필품 구매 및 각종 유틸리티 비용으로 나간다.
지난 몇 년동안 과체중에 있었던 몸무게는 업무강도가 심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부터는 무섭게 정상체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삼주에 걸려 5키로 가까이가 빠졌는데, 건강하게 먹는게 좋아져서도 그렇지만 내가 이것만 먹고 배가 부를 수 있었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적은 양에도 쉽게 배가 부르곤 해서 덜 먹어서 그렇기도 했다.
결론1.
업무의 만족도가 높으면 심리적 안정감이 찾아오고 이로인해 식욕 조절이 잘 된다.
그러나,
갑자기 쭉쭉 빠지는 살에 건강악화를 의심한 적도 있었다. 컨디션은 괜찮은데 이렇게까지 무섭게 빠져도 되나 싶은 마음에 두려워지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몸무게로 돌아오는 느낌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쓰리잡을 할지라도 업무의 강도가 높지 않아서 편안한 마음에 많이 먹지 않아도 절로 배가 부르기도 했다. 스트레스로 멘탈이 흔들리지 않으니 먹는 것도 절제가 가능했다. 요만큼만 먹어도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그렇게 하루도 쉬지않고 일한지 딱 이주째가 되는 날이었다. 이번주는 유독 평일 근무가 많이 힘들었다. 이전 직장이 콜센터였는데 그에 버금가는 전화량을 체감하게 되었다. 간만에 집에가서 쓰러지듯 잠들었다. 평일 저녁 8시부터 뻗어서 열두시간을 넘게잤나. 전화업무로 시달린 스트레스는 아직도 나아지지 않았나보다.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는 다섯배는 넘는 업무 고통이었다. 솔직히 지금 일주일 내내 일하지만 콜센터에서 업무랑 비교하자면 이게 정상이고 그 업무는 다섯배는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정도로 악랄했던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말이 다가오자 몸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띠링
통장에 지난주말에 일한 곳에서의 월급이 들어왔다. 평일에 일하는 것의 거의 반절이었다. (그만큼 평일 시급이 짜다는 뜻) 점심을 먹고 상사랑 같이 산책을 하고 들어오니 하는 일도 없는데 갑자기 젤라또가 당겼다.
젤라또
제엘라아또오??? ㅇ_ㅇ??
내가 결코 좋아하는 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잔고와 함께 떠올려진 젤라또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곧이어 저녁엔 숯불 치킨을 포장해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세상 샐러드만 먹어도 배가 불렀던 것 같은데, 아니 고구마만 먹어도 배가 불렀던 것 같은데, 두둑한 통장잔고에 먹고 싶은게 몽글몽글 생기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내 식욕은 소득에 비례해 올라가나보다 싶었다.
결론2. 통장에 여윳돈이 있으면 먹고 싶지 않았던 값비싼 음식들이 생각나곤 한다.
금수저가 아닌 나는 불로 소득으로 통장에 여윳돈이 생길 일은 없고, 근로소득을 통해 여윳돈을 가지게 될 것인데, 이말인 즉슨 그만큼 노동을 했다는 것이고, 이는 곧 그만큼의 업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고로,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벌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줄 만한 음식들이 생각이 난다.로 결론을 낼 수 있겠다.
무의식중으로 통장 잔고에 의해 조절이 되던 식욕이었기 때문에 내가 버는 족족 손에 남는게 없어 보였나보다. 버는게 적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아끼다가도, 조금이라도 이전 대로 번다니 갑자기 고급진 음식들이 당기는 심리는 당췌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꽤나 당황스러웠다.
다시 생각해 보자,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먹는 스타일인가? 그렇긴하다.
이번 주는 의도치 않게 차고 넘치는 전화 때문에 간만에 머리를 쥐어뜯을만큼 스트레스 받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 볼때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도 돈을 적게 벌때는 뭘 사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고로 결론은 이렇게 나왔다.
최종결론.
적절한 소득에 적절한 스트레스가 있으면 먹는것에 과감한 소비를 한다.
그러나, 소득이 적다면 스트레스가 있어도 먹는 것을 조절을 한다.
업무 만족도도 높고 소득도 높은 상태에서의 식욕은 아직 평가되지 않았다.
내 식욕이 이렇게 눈치를 잘 챙기는 애였나.
그러니까 앞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싶으면 일을 그만두면 되겠구나.. 그런거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