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언가를 할 때 너무나도 힘을 주고 시작하는게 문제다.
누군가를 만나건, 무엇을 시작하건 '그래 결심했어'하고 살게 되는데
가끔은 그게 누군가와의 관계를 망치면서 시작하기도, 어떤 일에 대해 쉽게 좌절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요즘 들어 그냥 시작한 일들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생소하고 경이로운 느낌을 느끼고 있는바다.
작년에 스터디에서 만난 친구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을 하는데
하루 24시간을 누구보다 꽉꽉 채워 살지만, 그 순간 순간 1시간 혹은 2시간 하는 것을 그냥 일상처럼 한다.
이를테면 새해가 들어 '영어공부를 해야지'라고 생각을 했을 때, 으례 거창한 계획을 잡는 나는 언제 무엇을 하고 언제 무엇을 하고 이 시간엔 꼭 이렇게 할거야! 라고 하다가 결국 하나도 못한것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친구는, 딱 30분만 시간내서 이거 하면 되는거잖아.
라고 이야기 했다.
아, 이걸 왜 몰랐지. 30분이면 내가 통근하는 시간보다 적잖아.
그러니까, 일상을 꽉꽉 채워 살 수 있었던 거다.
그 친구 덕에 시작한 것은 매일 아침 7시 영어 라디오 듣고 해석하기다.
습관은 관성과도 같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거 매일 하다가 하루 안하면 기분 되게 이상하다.
지난 이틀간의 휴식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늦잠만 잤더니, 그것이 곧 잠을 또 늦게 자게 만들고 그게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만들고 또 하루의 일과에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이틀을 쉰 것은 단비 같아서 너무 좋았지만, 매일 일정시간에 자고 일어나던 루틴이 깨지니까 그 주는 하루 종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 이상한 사이클이 되었다.
진짜 말 그대로, 어쩌면 나 쉬지 않은게 나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게 또 하나 시작한게 매주 금요일 밤 영어 시사 토론 스터디 그룹이었고,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것은 여지껏 공부한 영어가 너무 아까워서 하루 더 해야겠다 해서 토요일 밤 스터디도 만들었다.
누구에게도 내새우진 않았지만, 하다 보니 꾸준히 하게 되었고 의도치 않게 습관처럼 하루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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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 시작 한 것은 '책 읽기'다.
매일 유투브와 게임에 쩌들어 살다가 어려운 책이라도 날 잡고 읽기 시작하니까 읽히는게 너무 신기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 하루 6분만 시간내어서 책을 읽으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어떤 책이든 읽고 나면 그만큼 보람된게 없었다.
책을 읽게 되니까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에 대해 궁금해 지고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그게 또 다른 상상력으로 점철되고 여러모로 나 스스로에게 나비효과가 되는 것 같다.
주 7일을 일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냐, 힘들지 않냐는 소릴 많이 듣는데
몸이 힘든 것 뺴고는 아침 마다 스터디도 하고, 주 2회 영어 스터디도 하면서 오히려 삶에 대한 만족감은 더 높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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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은 책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그가 유투브에서 울부짖으며 푸틴이 얼마나 전세계의 시계를 되돌려 놨는지 열변을 토하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이전에 쓰여진 책이고, 초반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번역가님이 정말 잘 읽히게 번역해 주었다.
아직 한참 읽는 중이지만,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이 책 한권으로 세계사 부터, 정치사까지 다 아우르는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짧은 감상평은 먼 인류의 미래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만을 가져다 주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수익 창출 및 새로운 일자리들을 마련하기도 할 것이나, 어쩌면 전문직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는 확연히 늘려놓을 것이다. 고로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정치 기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으며, 윤리의식도 다양성의 관점에서 생각을 해야한다.
진짜 유발 하라리가 왜 천재인지 볼 수록 그 통찰력과 앞으로의 일들을 예측하는 것에 감탄하는 중이다.
다음으로 읽고 있는 책은 쇼펜하우어의 인생은 없다.
다소 염세주의적인 삶을 지향(?) 하는 나로써는 이 책이 오래 전 부터 책장에 꽂혀 있었지만 그닥 정독하지는않았던 것 같다.
스물 다섯 나름 팔팔한 나이에 연이어 이별을 거듭하며 회의적인 관점으로 산 '사랑은 없다' 편은 그때만 해도 엄청난 공감을 불러 일으켰는데, 지금의 나는 80프로는 공감을 못하겠다.
그보다 훨씬 꽂히는 건
'평생 독신으로 산'
'어머니와의 불화로 여성혐오가 생긴'
이런 구절들만 와닿으니 시대에 따라 고전도 다르게 읽히긴 하나보다.
지금이라면 자기계발서들이 마르고 닳도록 인용한 부분들이 책 내내 마르고 닳도록 나오는데, 지금의 내가 이 짧은 식견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시대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쯤 되면 그 시대의 연애 계발서 아닌가' 라는 생각.. 그냥 사랑에 상처받은 영혼들을 온 힘을 다해 '사랑이란 생물학적인 관계를 뒤덮은 허상이다'라며 부르짖는구나 하는 생각.. 작가 그대는 어떤 사랑을 했기에 결국 여기에 다다랐을까 하는 마음. 결국엔 사랑은 없다고 하지만, 끝끝내 마지막 문장에서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 인생에서 뗄 수 없음을 역설하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었다.
스물 다섯에 사랑에 상처받은 나는 이 책을 사서 읽으며 그렇게 내 지난 연인들과 멀어지는것이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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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힘을 주고 시작하는 나는,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라는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 한데다 꽤나 그럴듯한 테마로 꾸리고자 노력을 했던 것 같다. 혹시나 누군가가 우연히 글을 보고 나라는 사람을 알아차리게 될까봐 두려워서, 왠만하면 익명성을 유지하고자 노력을 했는데-그러기에는 지난 글들에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적혀있긴 하다-일상을 소소하게 나누는 한 블로그를 보고 꺠달았다.
그래 뭐 내가 뭐라고.
세상엔 이렇게 넘쳐나는 인터넷 글들이 많은데
거기서 누가 나를 특정한다고 그렇게 무겁게 마음을 먹었나
그냥 매일을 기록하고 일상을 살자.
인터넷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도 그 중 하나.
그러니까 너무 돈이 많은 세상은 내가 상상 해 본적이 없던 것처럼
상상해 볼 수 없는 세계에 사는 나.
나는 있다가도 없는 나.
그러니까
나의 인생은 (여기에 있다가도) 없다.
ps. 지난 번 오랫만에 주어진 이틀간의 휴식날, 결국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늦은 시간까지 컨텐츠를 짜고 포스팅을 짰다. 돈을 주지도 않는 일에 자발적으로 노동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그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던데, 그러고 나서 며칠간 컨디션이 안좋았고, 결국 하루는 지각을 할 뻔 했다.
그 때 난 생각했다.
에라이, 뭔놈의 인생을 이렇게 사활을 걸고 살어
죽을동 살동 살아도 결국 인생의 끝은 같잖아.
그냥,
제발 대강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