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을 한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2025년이 되면 만으로 3년차가 된다. 나는 미국에 와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한국 간호사 생활보다는 낫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간호사로써 근무하는데 나름 보람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캐나다와는 다르게, 개인의 역량에 따라 평가가 되며 그로 인해 자신이 뭘 잘할 수 있는지 빨리 찾고 내세워야 원하는 목표를 찾고 거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다. 개인이 디자인 하는 삶으로 살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곳에 온 한국인 간호사들 대부분은 비슷한 커리어를 또 찾아간다. 역시나 한국 사람들이라 그런지 능력치는 상당수 보장되었고, 다들 너무나도 열심히 산다. 이에 학교를 가서 NP로 커리어를 찾거나, 더 낫고 좋은 병원으로 빨리 이직을 해 몸값을 올려서 어디론가 떠나간다. 이 곳에서 마저 캘리의 4대 병원 하면서 한국의 빅 5를 운운하듯,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병원들을 서열화 하는 것을 보면서 그 중 어딘가에 꼭 속해야 한다는 느낌을 들게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은 가히압도적으로 멋지다. 그리고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몰리니, peer pressure, 좋은 동기로 서로를 북돋아 주고 이끌어 준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한인 간호사들이 미국에서 나름 높은 자리들을 차지하고 굉장히 좋은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지내게 해 준다. 어쩌면 남들과는 다른 삶을 원하는 나에겐 너무 과분한 분들이 주변에 계신다고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겨우 병원 생활에 적응 할만 한 내가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또 비교하게 된다.
풀타임 근무지만 2주에 꼴랑 3일을 일하고,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아가는 나는 어쩌면 한국에서 이주해 온 가장 어렵고 가난한 간호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앞서 언급했듯 개인의 역량에 따라 평가가 되는 미국이기 때문에, 이 조그마한 병원에서의 나는 같은 간호사라도 그들의 반토막 되는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점은 거의 20군데 넘게 지원해서 한 군데에서 잡 오퍼를 받았다는 점이다. 원하는 조건은 아니지만, 지금 조건 보다는 나은 조건으로 이직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 간호사의 장점이 되겠다.
취업하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한국서 처럼 이력서 내고 다음주 면접보고 바로 입사가 아니라, 이력서를 내면 1-2주 있다 연락이 오고, 면접은 그 다음에 또 잡히고 그리고 나서 잡오퍼를 보내주면 거기다 사인을 하고 게로부터 빠르면은 1개월이 있다가 입사를 하게 된다. 그러니 한 2-3개월을 잡아서 잡헌팅을 해야 하는데, 연말에 홀리데이 시즌이라 쉽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만큼 일 구하기 좋은 직업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불문하다. 나처럼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가 이렇게 일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경력이다. 좋든 싫든 울며 겨자먹기로 쌓은 경력이 어언 10년이 가까이 된다. 동갑내기들은 NP가 되어 있거나, 아이를 둔 부모가 되어있거나 혹은 좀더 스페셜한 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곳에 가 있지만, 나는 여전히 평간호사 결혼도 못한 여성이다.
이쯤 되니, 많은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제 난 무얼 추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가. 경제적인 독립 및 안정이 목표라면 간호사를 계속해야 하는데, 이처럼 예기치 못하게 제 시간대로 일을 못하는 경우 또다른 인컴소스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게 간호사랑 연관된 일이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취업을 하려고 보니까, 지금 경력보다는 더 나은 곳에서 일해야 했고, Case Manager 같은 것들도 모두 Certification이나 경력이 필요했다. Home Health도 심지어 경력이 없으면 이미 서류에서 부터 연락이 오지 않는다. 두드리면 열리는 미국이지만 우선은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것 또한 꼭 필요한 것 같다.
아무래도 2025년은 내가 그 일들을 찾아가는데 쓰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가진 능력들을 잘 버무려서 다른 사람들도 도와 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