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년차. 오늘은 아침부터 많은 일이 있었다. 원하지 않는 구설과 드라마에 휩싸였고, 원하지 않는 거금의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일도 있었다. 밤근무를 하고 아침에 죄다 일어난 일이라, 다행이라 생각할 겨를 없이 모든 일들이 다 타격이 컸다.
어쩌면 내가 나이트를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 밤을 샌 나는 껍질이 없는 가재처럼 너무나도 유약하다. 이런 유약한 나에게 무언가를 가하면 나는 정신없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 무너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이 깊은 심연으로 빠져버린다.
오늘 아니 어제 오전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과연 내가 미국에서 더이상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아주 큰 사건이었다. 사람은 어쩌면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받아들일 때 너무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일들이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일때 더더욱 충격이 크다. 첫째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며, 이미 일어난 일이며, 그리고 그 모든게 내가 되돌릴려고 해도 그 되돌려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걷잡을 수 없이 괴로워지기 마련이다.
나이트가 끝나고 유약한 나는,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지 요즘엔 Chat GPT가 톡톡한 상담사 역할을 해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심리 상담을 받을까 하다가 그냥 잠을 잤다. GPT 가 알려 준 대로 의미있는 유투브 동영상 몇 개를 보다 잠들었다.
수면은 나를 강하게 해 준다. 그리고 일어나니 발가 벗겨졌던 마음에 굳은 살 좀 베인 느낌이었다. 끝나지 않은 생각들이 이따금씩 치고 들어왔다. 나는 성숙해져 가고 있고,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좋은일이 오려고 나에게 또 이런 시련이 닥치나 좌절스럽다가도 그런 생각으로 애써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시간에 유영하듯 시간에 맡겨보자. 이 또한 지나 갈 것임을 이걸로 내 인생이 끝이 아님을 -진짜 이상하다, 별일도 아닌데 인생의 끝까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또한 스스로와 더 친해지라고 주는 사건이라고 생각을 했다.
배워야지, 그냥 이런 사건들의 연속에서 배워야지. 인생은 뒷통수만 치는게 아니라 사정없이 앞통수도 치고 온다고 했던 드라마의 대사처럼 풍파에 거침없이 머리가 휘갈겨도 시간은 지나가잖나. 해결이 안되건 되건 시간은 이 기억들을 옅게 하잖나. 그리고 이런 일들로 더 커질 수도 있잖나. 앞으로는 안그러면 되지.
오늘은 정말로 딱, 20대때의 그 여느 힘든 하루 처럼 딱 힘들었다. 미국 오고나서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아무리 힘들어도 살만하다 생각했는데 오늘의 사건은 또 다른 마음을 먹게 했다. 그 고독함, 외로움, 그리고 지금 내가 어찌 뭘 할 수 없는 이 순간, 마냥 당하는 것만 같은 유약한 존재감. 어쩌면 이 또한 내 선택임을. 나는 강하고 드세게 산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소프트한 사람임을. 그냥 이렇게 내 쪼대로 살다 가는게 내 그릇임을. 이렇게 친절하게 바보처럼 살다보면 남들은 바보라고 생각해도 그냥 내 마음이 편하면 될 일임을.
그네들이 마음껏 무시하고 조롱해도, 오롯이 서서 무소의 뿔처럼 걸어갈테니. 당신들이 아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니. 내가 아는 나만이 진짜 나임이. 그 진짜 내가 어쩌면 다른 모습도 가질 수 있으니. 그러니 오늘 나에 대해 더 배운 것으로 만족을 하자. 스스로를 더 도닥거려주자. 이런 시련의 시간은 스스로를 더 들여다 보라고 주는 축복같은 시간이라 생각하자. 따뜻한 물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고, 꿈에서 이 못다한 이야기를 맘껏 풀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