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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끝자락에서

파국 앞의 평온함

by HYUN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 한 가족이 작은 접이식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어머니는 정갈한 원피스를 입고 아이에게 미소를 보내며 음식을 나눠주고, 아버지는 짙은 여름빛이 드리운 반바지 차림으로 차분히 대화를 나눈다. 아이는 즐거운 듯 해맑게 웃으며 음식을 입에 넣고 있다. 여느 평온한 오후의 피크닉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등 뒤로 솟아오른 거대한 버섯구름이 이 모든 평온함을 위태롭게 만든다. 하늘 높이 치솟은 핵폭발의 흔적은 장엄하면서도 끔찍하다. 하지만 가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이 이미지는 우리에게 묘한 충돌을 안겨준다. 두려움과 무관심, 파괴와 평온함, 현실과 부정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하고 있다. 그들은 핵폭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끝을 받아들인 채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평온하게 보내려 하는 것일까?


1950년대 미국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냉전 시기 핵실험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적 배경을 상징하는 듯하다. 당시 미국 서부의 네바다 사막에서는 수많은 핵실험이 진행되었고, 사람들은 그 위험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감각해졌다. 핵폭발을 관람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오락처럼 여겨졌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호텔 옥상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버섯구름을 바라보는 이벤트까지 열렸다. 과학과 군사 기술의 발전이 삶의 모든 영역을 잠식해 버린 것이다.


이 가족은 단순히 현실을 부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가진 강한 적응력의 결과일까? 눈앞에서 재앙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식사를 지속한다. 이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은유일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전쟁, 팬데믹 같은 전 지구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일상을 유지하려 애쓴다. 마치 그 일상이 끝없이 지속될 것처럼, 마치 지금의 편안함이 영원할 것처럼.


이 평온함은 진정한 것일까? 아니면 폭풍 전야의 착각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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