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의식주로 돌아보는 부모의 역할

by 애삼이맘


흔히 자녀에 대해 얘기할 때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라고 표현합니다.

눈은 대단히 다치기 쉽고 예민한 부분입니다. 눈꺼풀과 안구 사이에 작은 털이나 조그만 먼지가 들어가도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죠. 그런 예민함의 끝판왕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자녀는 부모에게 매우 소중하고 귀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소중한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합니다.

때문에 '좋은 부모'의 비법을 담고 있는 수많은 육아서와 영상들을 통해 육아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토록 되고 싶어 하는 ‘좋은 부모’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좋은 부모는 어떤 부모인지 알아보기 위해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의식주'를 돌보며 자녀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먼저 '의'를 생각해 볼까요?

오늘날의 '의'는 단순히 추위를 막고 몸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 혹은 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엄마들은 모인 아이들의 옷차림을 빠르게 스캔합니다.

아이에게 깨끗하고 질 좋은 옷을 입히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에 더해 브랜드, 스타일, 매칭 센스 등 패션감각을 통해 엄마의 노력과 관심도를 측정합니다.

키즈모델처럼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문득 내 아이를 바라보니 괜스레 초라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패션감각이 없는 나 자신이 너무도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이번에는 '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배고픔을 달래고 기본적인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었다면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메뉴로 식단을 구성하고 유기농 식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는 것은 엄마의 의무이자 역할입니다.



하지만..

매 끼니마다 다양한 메뉴는커녕 무엇으로 한 끼를 때울지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다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레시피로 돌려 막기 하듯 힘겹게 밥상을 차려냅니다.

거기에 해도 해도 제자리인 요리 실력에 하는 나도 먹는 이도 그다지 즐겁지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는 어떨까요?

오늘날의 '주'는 단순히 몸을 뉘일 곳, 돌아가서 쉴 곳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집 값에 모두가 내 집 마련을 인생 목표로 삼고 일합니다.

아이가 있기에 더욱더 내 집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빚을 내어 (내 명의지만 실은 은행의 것인) 집을 장만하고 대출금을 갚기 쉬해 부모는 맞벌이를 하며 많은 시간을 일합니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는데 결국 아이와의 시간을 희생하고야 맙니다.


또한 아이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주거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SNS에 넘쳐나는 센스 넘치는 사람들의 감각 있는 공간의 모습은 주거 공간을 초라해 보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감각은 (그리고 그런 감각을 실현할 돈 또한..) 나에게 없고 살림이나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없기에 갑작스러운 아이 친구의 방문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의식주만 살펴보았음에도 완벽한 엄마가 되는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이의 의식주를 돌보는 일은 기본 중에 기본이고 부모는 든든한 ‘지지자’로서 훌륭한 ‘안내자’로서 안전한 ‘보호자’로서 때로는 일관성 있는 ‘코치’로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을 다 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우리가 되고 싶은 '좋은 부모'는 결국 '완벽한 부모'일까요?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부모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결점 많고 때로는 감정적인 불완전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부모의 조건들에 달하기 위해 애쓰며 부모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갑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내 아이에게 정말 '좋은 부모'가 되려면 먼저 우리가 가진 완벽한 부모에 대한 환상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진심을 보여주고 애정과 소통을 나눌 수 있는 부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주변의 시선을 내려놓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 자신조차 돌볼 수 없는 사람이 내 자녀를 돌볼 수 있을까요?




정신분석 학자인 도널드 윈니콧이 제시한

'굿이너프마더'라는 용어를 아시나요?


굿이너프마더란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좋은, 적당히 부족한 엄마를 가리키는 정신 분석 용어입니다.


설명에 의하면 역설적이게도 부족한 엄마에게서 아이는 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해요.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결핍과 좌절이 필요합니다.

결핍과 좌절을 스스로 메우려는 노력이 바로 성장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좋은, 적당히 부족한 엄마는 모든 일을 다 잘하는 대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바로 안아주는 환경을 통해 아이에게 든든한 지지와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죠.



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앞날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모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아이의 현재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내 눈앞에 자녀가 어떤 표정인지 어떤 기분인지 살펴주는 건 어떨까요?


완벽하지 않은 엄마가 모두의 완벽하지 않은 육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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