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부탁하지 마세요!

자녀소통의 미니멀

by 애삼이맘

"우리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까 양치해 볼까?"


"아니야!"


"양치를 해야 이가 깨끗해지지~"


"싫어!"


"양치를 안 하면 입안에 벌레가 잔~뜩 생긴데요!"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벌레가 이를 다 갉아먹으면 치과에 가야 하는데?"


"치과 싫어!"


"그치? 치과 싫지? 그러려면 얼른 양치해야 해~"


"아니야!"


".....(꾹참)

그럼 양치하지 말고 치과 가자.

치과 가서 이 다 뽑아버리자!"


"...!"


"벌레가 이 다~먹어버리라고 하자!"


"(울먹) 아니야..."


"그럼 우리 얼~른 양치하고 올까?

양치하고 와서 핑크퐁 볼까~?


"힝....."




엄마와 아이의 귀여운 일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귀여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사자인 엄마의 입장에서는 여간 속 터지는 상황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하루 세끼를 먹을 때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니!


"아이가 셋이라고요?! 하나도 힘든데 셋을 어떻게 키우세요?"


아이 셋 커밍아웃(?)을 할 때면 종종 듣게 되는 이러한 말들도 이런 상황에 속이 여러 번 터져본 엄마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한때는 저도 물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속이 터지고 꿰매고를 반복하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여러 육아서와 영상에서 배운 데로 차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고선 차분한 미소로 논리적인 설득을 시도해 보지만 여전히 비협조적인 아이 앞에서 결국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고야 맙니다.

용케 화를 참아내었더라도 상황은 달콤한 보상으로 꼬셔내거나 말도 안 되는 협박으로 아이를 겁준 후에야 종료되는 듯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후 밀물처럼 몰려드는 가슴을 찌르는 죄책감과 후회는 언제나 엄마의 몫이겠죠.


지금은 어떠냐고요?

더는 아이에게 '한 번만~'을 외치며 애원하는 구질구질한 모습은 없습니다.

육아미니멀을 실천한 후 저의 육아 소통이 뻥~뚫리기 시작했거든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깨닫게 된 소통이 뚫리는 대화의 미니멀 비법을 공개합니다




아이에게 부탁(제안) 하지 마세요!



아니,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에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요?


바로 그게 지나쳐서 문제가 되는 시대입니다.

설득이나 협의가 가능한 부분뿐 아니라 협상의 여지가 없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서도 불필요한 말씨름이나 논쟁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아까 처음에 대화를 다시 돌아볼까요?


"우리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까 양치해 볼까?"

(부탁, 제안)


첫마디부터 부탁(제안)으로 시작합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아이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다는 착각이요.

그래서 양치하기 귀찮은 아이는 거절하기를 선택합니다.


"양치를 해야 이가 깨끗해지지~"

(설득)


이제 엄마는 당연한 상황을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설득이 통하면 물론 다행이지만 아이는 엄마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양치를 안 하면 입안에 벌레가 잔~뜩 생긴데요!

벌레가 이를 다 갉아먹으면 치과에 가야 하는데?"

(협박)


고집부리는 아이를 움직이기 위해 엄마는 무서운 상황을 예로 들면서 협박의 언어를 꺼내 들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말에 겁을 먹은 아이들은 그제야 움찔하며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양치하지 말고 치과 가자.

치과 가서 이 다 뽑아버리자!"

(위협)


이때를 놓칠세라 엄마는 더 강한 말로 마지막 펀치를 날립니다.

결국 아이는 울상이 되어 마지못해 움직입니다.

보통은 여기서 설득이 되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넘어오지 않는 아이에게는 방향을 바꿔 아이가 혹 할만한 달콤한 조건을 제시하며 회유를 시작합니다.

혹은 시무룩 해진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엄마도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슬쩍 행동에 대한 보상을 제시합니다.


"우리 얼~른 양치하고 와서 핑크퐁 볼까~?

(회유, 조건제시)


이렇게 회유로 종료된 상황은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옵니다.

쩔쩔매며 나를 달래고 심지어 달콤한 보상까지 제시하는 엄마를 본 아이는 자신이 엄마에게 무척이나 좋은 것을 해주었다고 착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큰 엄마가 나를 달래고 설득하려고 하는 이 모든 과정이 아이는 썩 나쁘지 않습니다.

마치 자신이 엄마보다 더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어떤 승리감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전보다 더 비협조적인 태도로 엄마가 주는 달콤하고 더 자극적인 보상과 반응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와의 소통에서 단호하게 빼기로 했습니다.

부탁을요.




운전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도로 교통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이런 교통규칙이 운전자의 자유를 속박하고 운전자의 권리를 침해할까요?

그렇다고 여기는 운전자는 아무도 없을 테지요

(만약 있다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운전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도로교통 규칙은 오히려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로 인해 어디든 달릴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해 줍니다.

빨간불에 멈추고 초록불에 달리는 것은 합의나 설득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도 설득의 여지나 합의의 이유가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그 분야나 범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게는 안전, 위생적인 부분이 반드시 포함될 것이고 어떤 부모에게는 양육철학이나 가족 내 규칙과 같은 것이 포함될 수도 있겠지요.

(대변 후 뒤처리 하는 일로 자녀와 실랑이를 부리는 엄마가 없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반드시 양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이 문제로 더는 실랑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처음의 예시인 양치 문제를 다시 가지고 와 보겠습니다.


"우리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까 양치해 볼까?"

라고 시작되는 대화에서 부탁(제안)을 제거해 보겠습니다.


"우리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까 양치하자."


"네"


어디가 바뀐 지 눈치채셨겠지만 의문형의 제안을 지시문으로 바꾸었습니다.

양치라는 문제를 선택과 협상의 여지가 없는 문제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간단한 변화만 주었는데 대화가 무척이나 간소해졌습니다.


우리 아이는 저렇게 호락호락하게 수긍하지 않는데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수긍하지 않는 것은 내가 전에 주었던 수많은 선택지들과 회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전에 (과거의 저와 같이) 첫 단추를 잘못 껴서 힘겨운 설득의 과정을 수차례 겪으신 양육자 분이 계시다면 아이와 함께 사전에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정해두고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수 있겠죠.

하지만 아이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이해하고 나면 분명 평화로운 등원시간, 평화로운 저녁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모두의 미니멀하고 가벼운 육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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