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미니멀리즘] 여행 미니멀

애셋엄마의 가벼운 여행 노하우

by 애삼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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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을 키우면서 육아는 아주아주 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오래도록 이어지는 어두운 길은 부정적이고 닫힌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차선 변경조차 허락하지 않는 터널이 내 모든 행동을 옥죄는 것만 같아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서 여행을 자주 떠납니다.

여행은 터널과 터널 사이를 이어주는 외부 공간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달리다가 만난 눈부신 빛과 푸른 하늘은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때다 싶어 차선 변경도 하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아주 잠깐 맛본 빛이지만 기분을 환기시켜 주고 또다시 이어질 긴 터널을 달릴 힘을 줍니다.




"또 여행 다녀왔어? 애가셋인데 대단해!

나도 애 낳기 전에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애 낳고 나니까 엄두도 안 난다니까?"


"왜요?"


"왜냐니?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잖아. 애들이 얼마나 변수가 많은데.

혹시 옷이 더러워질 수 있으니 여벌옷도 넉넉히 챙겨야 하지, 혹시 아프거나 열날 수도 있으니 해열제에 소화제에 비상약들 도도 종류별로 챙겨야 하지, 바깥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김에 통조림에 반찬 몇 가지도 챙겨야지, 애들 심심할 수도 있으니 장난감도 챙겨야 하고 애들 틈틈이 읽을만한 책도 몇 권 챙겨야지, 혹시 물놀이라도 한번 하려면 수영복에 타월에 물안경에 튜브에.. 물놀이 용품도 한 짐이지! 가서도 놀기만 하면 안 되니 문제집도 한 권 책기고 색칠공부에 필기도구에 목욕용품에 세면용품도 챙겨야 하고 날씨가 어떨지 모르니 외투에 모자에 선글라스에........

애들 용품만 간단히 생각해도 이 정도고 어른 짐은 또 따로 챙겨야 하잖아?

생각만 해도 지친다!

애삼이맘은 참 부지런한가 봐?"


"음..."


세상 게으름쟁이 중에서도 으뜸 게으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제가 부지런하다는 평가를 받다니..!

게으른 저의 밑낯을 속속들이 알고 누군가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게 분명합니다.


"거기다 여행 한번 가려면 숙박비에 입장료에 식비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애삼이 아빠가 잘 벌어오나 봐!"


"아...."


급기야 부자로 오해받기까지 합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급급한 저희 집의 작고 조촐한 경제 상황을 어디서부터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오해를 받게 된 것은 모두 미니멀리즘 덕분인 것 같습니다.

세상 제일 게으름뱅이도 부지런쟁이로 만들고 흙수저도 금수저 오해를 받게 만드는 미니멀리즘의 위력에 새삼 놀라움을 느낍니다.

육아미니멀을 실천하면서 여행도 미니멀하게 하고 있거든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 씨의 모든 짐을 펼쳐 놓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모든 짐을 꺼내 놓는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사사키 후미오 씨.

2박 3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짐이라고 오해할 만큼만 가지고 살고 있는 사사키 씨의 집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스크린샷 2026-01-16 19.08.21.png EBS 하나뿐인 지구-물건다이어트 중. 8분 10초. 사사키 후미오 씨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짐을 꺼내 놓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모든 짐이 어느 여행자의 짐보다도 적은데, 여행은 더 적은 짐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얼마지 않아 저의 작은 의문을 실험해 볼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리 내일 별다른 일정 없지? 해 뜨는 거 보러 동해 갈까?"


두 돌이 조금 안된 첫째만 키우며 막 미니멀라이프를 알아가던 시기.

어느 날 남편이 툭하니 제한을 던집니다.


"지금 밤 아홉 시가 넘었는데 숙소는 어떻게 하고? 게다가 이제 곧 서원이 밤잠 시간인데?"


"카시트 있으니까 차에서 재우지 뭐,

우리는 집에서 이불 가지고 가서 차에서 자면 어때?"


"... 그럴까?"


미니멀리스트의 성향을 타고난 남편의 과감한 제안을 평소라면 이런저런 핑계를 떠올리며 거절했을 테지만 이날은 왠지 귀가 솔깃합니다.

여행이 실제로 필요한 짐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최소한으로 챙긴 짐은 여행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가지고 올지 시험해보고도 싶었거든요.


이불 두 개와 아이가 덮을 담요를 포함해 가벼운 외출인지 일박의 여행인지 모를 만큼의 최소한의 짐만 챙겨 집을 나섭니다.

심지어 칫솔도, 여벌옷도 없습니다.


단출하게 챙겨 야반도주하듯 밤 도로를 달려 속초를 향합니다.

밤이라 차가 없어 쭉쭉 뻗은 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립니다.

고요한 도로 속 아이가 깰까 봐 조용히 나누는 남편과의 대화만이 차 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동하는 동안 좋으나 싫으나 두 시간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데 혹여나 싸우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단어를 고르고 골라 부드럽게 말하기 위해 애씁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고 했던가요?

다정한 문장 속에 그간 하지 못했던 속마음이 술술 딸려 나옵니다.

그간 아이만 신경 쓰느라 보이지 않았던 남편의 일상과 마음을 듣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좁아진 시각과 마음에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가족을 위해 애써준 남편이 느껴져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괜찮을까? 아이가 아직 어린데...'

이런저런 대화 속에서 출발할 때 머릿속에 가득했던 여러 걱정과 생각들이 조금씩 날아가는 것만 같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챙겨 온 가벼운 짐만큼이나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여기 24시 식당이 있네? 야식이나 먹을까?"


"응..? 서원이 잠들었는데?"


"통화 연결해서 핸드폰 하나는 차에 두고 내리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은 스피커폰으로 해두면 서원이가 깼을 때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과감한 남편의 제안에 잠시 망설여졌지만 소리가 정말 잘 들리는지 몇 번의 테스트를 거치고 난 후 통화 연결을 해둔 채 식당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습니다.

메뉴판에 적힌 다양한 메뉴 중 동해 기분 물씬 나는 해물뚝배기를 시켜봅니다.

메뉴가 나오는 동안 차를 몇 번씩 오고 가며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음식이 나와서도 혹여나 아이가 깨지는 않을까 스피커폰을 힐끔거리며 뜨거운 해물 뚝배기를 허겁지겁 입에 넣습니다.

쫓기듯이 계속되는 숟가락질에 뜨끈하게 배가 채워지는 만큼 알 수 없는 해방감도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24시간 아이 옆에서 붙어서 지내던 (심지어 볼일을 볼 때마저도..!) 갑갑한 육아 일상에서 짜릿한 일탈을 맛본 것 만 같은 기분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모든 자유를 잃고 육아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는 것만 같았는데 잠시나마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환한 빛을 만난 것만 같았달까요.


30분 남짓한 식사 시간 동안 효녀 첫째 딸은 다행히 잘 자주 었습니다.

속초 일출 명소라는 영금정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집에서 챙겨 온 이불을 남편과 나누어 덮고 잠시 눈을 붙입니다.


일출시간에 맞춰 눈을 뜨니 이제 막 해가 떠오르려고 합니다.

막 잠에서 깬 첫째를 담요로 돌돌 말아 남편과 함께 영금정에 올라 조용히 일출을 바라봅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경기도 어딘가에서 평범하고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내가 일출을 보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거였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육아일상에서 즉흥 해돋이 여행을 통해 맛본 자유는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여행이란, 미리 계획하고 거창하게 준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조촐하고 단순하게 떠나더라도 일상에서 쌓인 먼지 같은 감정들을 환기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꼭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커다란 캐리어를 끌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잠시라도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다면 그것이 여행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래서 여행을 자주 떠납니다.

여행은 터널과 터널 사이를 이어주는 외부 공간과도 같습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달리다가 만난 눈부신 빛과 푸른 하늘은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먼지처럼 쌓인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환기시켜 주고 또다시 이어질 긴 터널을 달릴 힘을 줍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미니멀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요?


근교, 국내여행을 다닙니다.

보통 여행이라고 하면 특별한 곳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훌쩍 떠날 수가 없더라고요.

큰맘 먹고 떠나야 하는 여행은 거리만큼 비용만큼, 준비기간만큼 기대치가 높아지기 마련이고 기대치만큼 즐겁지 않으면 만족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가까운 곳, 훌쩍 떠나도 부담 없는 가까운 근교 위주로 여행을 떠납니다.

아이 때문에 변수가 생기고 일정이 망가져도 '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하고 금방 마음이 가벼워지거든요.


여벌옷을 많이 챙기지 않습니다.

혹시 옷이 부족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요? 오히려 좋습니다!

여행지에서 옷을 사는 것도 하나의 재미니 까요.

그 옷은 여행에서 느꼈던 특별한 추억과 감정을 담고 있어 입을 때마다 자유와 행복을 느끼게 해 주거든요.

(대신 평소에는 거의 옷을 사지 않습니다.)


비상약을 챙기지 않습니다.

전국 어디를 가도 24시 약국을 찾을 수 있고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간단한 상비약을 구할 수 있습니다.

대신 멀미가 심한 첫째의 멀미약은 항상 차에 구비해 둡니다.


비싼 숙소에 묵지 않습니다.

아이 셋 인 저희 집은 다자녀혜택으로 전국 휴양림을 30~50%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박에 3만 원~5만 원 정도면 잘 가꾸어진 숲 속에 있는 휴양림에 묵을 수 있습니다.

휴양림에서 종일 뒹굴뒹굴거리며 도서관에서 빌려간 책을 읽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며 여유롭게 일정을 보냅니다.


20190830_113154_608.jpg 넓고 쾌적한 휴양림 숙소


성수기 (피크시간대)에 떠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거의 한두 달에 한 번은 여행을 가는데요,

이런 애삼이네도 절대 여행을 가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성수기, 휴가철입니다.

챙길 것도 많고 변수도 많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인 만큼 사람들이 많으면 신경 쓸 것이 많기에 힐링은커녕 피로가 쌓여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식당도 피크시간대는 피해서 가는 편입니다.

점심은 10~11시쯤 이르게 먹거나 2~3시쯤 느지막이 먹으면 식당에 대기할 필요도 없고 손님도 없어서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시립(국립) 박물관, 시설, 공원등을 애용합니다.

애삼이네는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관광지에는 가지 않습니다.

대신 각 여행지에서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들을 방문합니다.

도시마다 시립, 국립박물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곳들은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혹은 1,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합니다.

또한 큰 박물관들에는 어린이박물관도 마련되어 있어 키즈카페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나 공원은 관리도 매우 훌륭해서 퀄리티가 높은 역사적인 자료, 해설을 들을 수도 있고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1567228017099.jpg 특별히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뭐 어때요! 우리 가족이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


식사는 엄마아빠 위주로

여행을 자주 간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애들 밥먹이기 너무 힘들지 않아?'인데요.

저는 조금 이기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제가 먹고 싶은 걸 먹습니다.

제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도 물론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는 저의 행복과 만족감 때문입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늘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며 살고 있는데 여행지에서까지 양보하고 싶지 않달까요?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추며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세상은 친절하게 나에게 맞춰주고 양보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먹습니다.

대신 맛있는 거 먹고 최고 행복한 기분으로 아이들을 신나게 놀아줍니다.

그리고 제 위주로 먹으니 아이들도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기도 하며 곧 잘 먹더라고요.


900_20250106_110929.jpg 오롯이 내가 먹고 싶어서 먹은 굴찜. 의외로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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