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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휴학 승인과 5년제 의대

의료교육 위기 회피하는 무책임한 꼼수뿐인 교육부 비상 대책

by 배훈천

http://www.gstandard.net/news/articleView.html?idxno=954


교육부는 10월 6일(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비상 대책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부터 계속된 의대생 동맹휴학으로 차질을 빚은 의대 학사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정부의 비상 대책은 학사 운영의 정상화를 이루기보다는 비교육적이고 몰상식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대한민국이 눈떠보니 후진국으로 추락해 있는 것 같다.

■ 휴학 승인 미끼로 거짓 서약 유도하는 교육부의 비양심

정부는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 승인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제출한 휴학원을 정정해 동맹 휴학이 아님을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의대가 자체적으로 휴학을 승인하자, 교육부는 서울대에 보복성 감사를 실시했다. 이러한 반헌법적 행정지도가 거센 비판을 받자, 교육부는 비상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꼼수를 써서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발표했다.

휴학 승인을 받기 위해 기존에 제출한 휴학원을 정정하라는 것은 거짓을 강요하는 것이며, 내년 복귀를 명시하라는 요구는 협박과 다름없다.

휴학을 신청한 학생들을 죄인처럼 취급하는 정부의 비상 대책은, 양심수가 반성문을 쓰면 석방해 주던 권위주의 정부의 행태보다 더욱 악질적으로 보인다.

■ 부정행위까지 조장해 의대생 복귀시키려는 교육부의 비윤리

교육부는 2학기가 한참 지난 10월에도 휴학 신청 의대생들의 복귀를 설득하라고 한다. 1학기를 통째로 건너뛰고 2학기도 한참 지났건만 지금까지 학생들의 복귀를 종용하는 것을 보면 교육부는 정상적인 교육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충 시늉만 내면 진급을 시키겠다는 말이다.

복귀 학생 교육 지원 방안은 탄식을 넘어, 시일야방성대곡을 자아낸다. 학생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통용되던 족보를 대학 본부와 의과대학이 협력하여 센터를 운영하면서 공유하고 지원하란다. 차라리 시험문제와 정답을 알려주고 시험을 보라고 하는 편이 솔직할 것 같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기출문제 유출을 부정행위로 간주한다. 이는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성적 평가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공식 문서에 이를 명시하다니, 대한민국 교육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참담할 뿐이다.

■사람 목숨을 개나 돼지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교육부의 비이성

교육부는 또, 원활한 의료인력 양성 및 수급을 위해 현행 6년의 의대 교육 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다. 도대체 의대생을 늘리는 목적이 무엇인가? 의대생만 늘릴 수 있다면, 근대화 이후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와 체계를 무너뜨려도 괜찮다는 것인가?

네티즌들은 동물의 건강을 다루는 수의대도 5년인데,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의대를 5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라며, 사람의 목숨이 개나 돼지만도 못하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의대를 5년으로 줄이면 약대, 치대, 한의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의사 면허증만 늘리면 장땡이라는 생각이라면, 의사 국가고시를 아예 예전 사법고시처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모두에게 개방하고, 교육부에서는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족보 공유 센터를 운영하면 좋을 것이다.

■의료교육 대혼란 인정과 피해 최소화 대책 필요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 정책이 초래한 의료교육 체계의 대혼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모든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교육은 이미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러한 냉정한 현실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 서울대 의대에서 휴학을 일괄 승인한 것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의 결과이다.

정부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대한민국 의료교육에는 공백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대혼란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교육부의 비상 대책처럼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면, 한국 의료교육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그 지속 시간은 길어질 뿐이다.

■휴학 일괄 승인 허용과 의대 증원 중단이 유일한 대책

정부는 의료교육의 공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전국 의과대학이 휴학을 일괄 승인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을 즉각 중단하는 것은 물론 필수적이다. 올해 휴학생과 내년도 증원된 신입생을 동시에 교육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증원이 중단되더라도, 휴학생과 신입생을 동시에 교육해야 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발생한다. 이로 인한 부실 교육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 범위 내에서 최선의 노력과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의료체계와 의료교육의 대혼란을 초래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대통령의 사과는 관계부처 장관 및 책임자를 처벌하고 내각을 총사퇴시키는 것으로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졸속으로 의대 증원 정책을 밀어붙인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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