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벌써 2학기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다. 의대생 집단휴학으로 인한 교육 공백 문제는 이제 학생들의 복귀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시한을 넘겼다. 서울대 의대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정부방침에 반해 의대생의 집단휴학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는 정부방침에 따르지 않은 서울대에 보복성 감사를 실시하고, 지난 6일에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 '비상대책' 의료붕괴 부채질
교육부의 비상 대책에는 제한적인 휴학 승인과 의대 교육과정 6년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수의대도 6년인데, 사람의 목숨이 개돼지만도 못하냐”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다시 “획일적으로 모든 대학이 하라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하려는 대학에 허용하겠다는 뜻”이라며 원하는 학교가 “없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오로지 의대 증원 정책의 실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면 오랜 역사를 가진 의료교육 체계 정도는 훼손해도 된다는 정부의 무모한 태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 조건부 휴학승인 기본권 침해
사실 '5년제 의대'보다 더 악질적인 대책은 '제한적 휴학 승인'이다. 정부는 학생들에게 휴학을 승인받으려면 이미 제출한 휴학 신청서를 수정해 동맹휴학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겠다는 서약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이며 반인권적인 폭압이다. 이는 국민을 단순히 정부의 도구로 여기며, 휴학 승인을 받기 위해 개인의 법 권리를 저버리는 거짓 서약을 하라는 요구로, 전체주의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행태다.
공화국의 시민은 누구나 신체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자유롭게 누릴 권리가 있으며, 법률에 특정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이런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
의료사태가 순리에 맞게 해결되고, 학교로 돌아올 여러 조건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학생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자유이고 자율이다. 자유민주공화국의 정부라면, 단 1이라도, 학생들의 목에 올가미를 씌워, 그들을 강압으로 개 부리듯이 해선 안 된다. 순리에 맞고 적절한 정책설계를 하지 못하고 그 집행 또한 엉망인 것은 정부이다. 자기 역량의 부족을 학생들을 노예화함으로써 해결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
■ 증원정책 실패 인정해야 사태 해결의 실마리 풀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의 “땜질 처방”이 의료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대의 특성상, 한 과목만 F 학점을 받아도 유급되어 그해 모든 과목을 다시 들어야 하는 것이 의대의 전통”이라며, 수업을 듣지 않아도 진급을 시키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의대 교육을 부실화시키고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길로 질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바느질할 수 없다”며, “의료대란의 핵심해법은 바로 전공의를 의료현장으로, 의대생들을 강의실로 복귀시키는 것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안철수 의원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안 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붕괴에 직면했다며, “지금 바로 해결책을 마련해도 그 여파는 최소 5년 내지 1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사태의 실마리는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와야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다. 의대생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제한적인 휴학 승인’과 같은 강압이 아니라 의대 증원 정책이 실패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