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산강을 헤매다 나주맛집을 찾다

영산강의 가을과 나주에서 만난 소소한 즐거움"

by 배훈천

영산강 코스모스 축제가 좋다고 해서 찾아갔다. 2시에 교대하자마자 출발했는데 차도 안 막히고 시원하게 갔는데 막상 주차장에 들어서니 자리가 없다고 나가서 외부에 주차하고 오란다.

밖으로 나와 영산강을 따라가다가 다리를 건너 갓길에 주차하고 나서 강 건너 행사장으로 건너갈 길을 찾아 헤맸다. 강을 건너는 다리라도 하나쯤 있을 줄 알았더니 없었다.


결국 코스모스는 콧배기도 구경하지 못하고 갈대만 억수로 보다가 빠져나왔다. 그래도 눈이 시리게 푸른 가을 하늘 아래서 갈대밭 영산강변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6시 교대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기왕 나주까지 온 김에 나주곰탕이나 한그릇 먹고 가려고 나주시내로 향했다. 곰탕집은 한산한데 그 옆 허름한 분식집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게 이색적이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는 덴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아내가 가서 줄을 섰다. 우리 단체 톡방에 줄 선 사진을 올렸더니 행운분식이라고 사라다빵으로 아주 유명한 집이라고들 알려준다. 역시 줄 서길 잘했다.


그 앞에 있는 나주 알리바이 로또집도 유명하다고 알려준다. 3주 전 1등, 2주 전 1등, 1주 전 2등이 나왔고 1등이 나온 것이 15번이 넘는다고 전해준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로또집에도 대기 줄이 길다. 난 로또는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어서 대기 줄에 합류할 념이 생기지 않았다.

나주곰탕은 하얀집을 갈까 남평집을 갈까 아니면 노안집을 갈까 고민하다가 하얀집은 운암동에도 있고 노안집은 자주 가봤으니 오늘은 남평집을 골랐다.
미리 곰탕을 주문해놓고 있었더니 아내가 빵을 사들고 온다. 사라다빵만 남고 대부분 품절됐으며 자기 뒤에 줄선 어린이 가족까지만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의기양양해한다.

도넛이 딱2개 남아 있어서 사오려고 했더니 뒤에 어린이가 도넛이 없다고 낙심하길래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서 샀다고 자랑한다. 난 줄서는 거라면 질색하는데 아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줄서서 빵사는 재미가 솔찬한 모양이다. 다음엔 나도 그 소소한 재미에 함께해봐야겠다.

배부르게 밥먹고 6시 교대시간에 늦지않으려 서둘러 운전대를 잡은 나에게 아내는 도넛을 한입 베어물게 먹여준다. 배는 불렀으나 극강의 쫄깃함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오늘은 참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잠시라도 가게와 집을 벗어나 푸른 하늘을 마주하니 행복한 기분이 샘솟는다. 앞으로도 일하는 중간에 짬나는 시간을 오늘처럼 활용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