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표로 있는 광주시민회의는 2월 17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여객기 참사로 인해 무안공항이 폐쇄되자 지역 여행업계는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임시 취항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임시 취항이 아니라, 광주공항을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공항의 국제선 재개는 단순히 여행업계의 요구를 넘어, 시민들의 항공편익 증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우리는 무안공항을 물류 특화 공항으로 전환하는 이원화 정책을 제안했다.
아울러, 민·군 공항을 무안으로 통합하자는 논의는 지역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소음 피해 문제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군공항 이전은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해서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군공항을 서로 유치하겠다는 지역이 나타나면서 의외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군공항 이전 논의를 중단하고,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부터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는 군공항 소음 피해를 저감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개발제한구역을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민숲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군공항 이전이 공식적으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이전된 것과 유사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안공항 폐쇄 주장과 그 한계
우리의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무안공항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광주·전남에 해외 항공 물류를 사용할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이 없는데 항공 운송을 누가 쓰나? 인천공항 물류를 무안공항으로 보내면 물류비나 항로가 맞춰질 수 있을까? 지나친 낙관적 시선 아닌가?"라는 식의 의견이 제기되었다.
또 다른 반론으로는 "무안공항을 물류 특화 공항으로 바꿀 이유가 있는가? 인천공항 물류가 포화 상태라면 차라리 청주공항이 더 나을 것이다. 무안공항은 화물기 운항이 쉽지 않아 과거 F1 대회 때도 인천공항을 이용했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무안공항 물류 전환의 필요성
이러한 반대 의견에는 여러 오류가 있다. 청주공항과 비교하는 주장은 공항의 역할과 지역적 특성을 간과한 단순한 거리 논리에 불과하다. 청주공항은 수도권 여객 대체 공항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물류 중심 공항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것보다 기존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반면, 무안공항은 군산항, 목포항과 연계하여 Sea&Air 복합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리적 강점을 갖추고 있다.
"Sea&Air 복합물류 거점"은 해상 운송(Sea)과 항공 운송(Air)을 결합하여 물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전략적 거점을 의미한다. 이는 물류 비용 절감과 빠른 배송이 필요한 국제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안공항이 군산항과 목포항 등 서남권의 해상 물류 거점과 연계하면, 항공과 해운을 통합한 복합 물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상 운송을 통해 목포항으로 들어온 물품을 무안공항을 통해 항공으로 신속하게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 항공으로 들여온 제품을 해상 운송으로 전국에 유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복합 물류 시스템은 글로벌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이고, 서남권을 국제적인 물류 허브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안공항이 적자라는 이유로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논리적이다. 현재까지 여객 중심 전략이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공항을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전략이 실패한 만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으며, 화물 공항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다.
■전남도청과 참여자치21의 부정적 태도에 대한 비판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남도청은 "무안공항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시기인 만큼 불필요한 논쟁이 생기지 않도록 시의 상생 협력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자치21 박재만 공동대표 역시 "국제선 유치나 물류 특화 공항 주장은 지역 간 상생을 위협하고 불화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역 항공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태도다.
전남도청은 논쟁을 피하기 위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으며, 박재만 대표 역시 '불화를 조장한다'는 추상적인 논리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고, 이를 통해 지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상생을 방해하는 것은 이원화 정책이 아니라, 소모적인 논쟁으로 현실적인 과제를 방기하면서 기존 체제를 맹목적으로 고수하는 태도다.
■광주공항 국제선 재취항과 무안공항 물류 전환이 해답이다
강기정 시장은 오늘(2월 18일) 정부에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운항을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관광업계와 우리의 요구를 반영한 합리적인 조치로,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하다. 국제선 임시 취항을 지렛대 삼아 광주를 서남권 관문 국제공항의 도시로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기정 시장은 민·군 공항 통합 문제에 대해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했는데, 이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광주와 전남이 이 문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것이 명약관화하며, 지금까지 심화된 지역 갈등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 논의를 지방에서 중앙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실패를 거울 삼아 통합 논의를 중단하고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역할을 나누는 이원화 정책이다. 광주공항은 국제선 중심 공항으로, 무안공항은 물류 특화 공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광주ㆍ전남이 공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