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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용 교수의 매불쇼 해명 발언이 더 큰 문제

박구용 교수, 철학자로 남을 것인가, 진영논리의 도구로 전락할 것인가

by 배훈천

■ ‘말라비틀어지게 해야 한다’ 발언과 해명, 그러나 본질적 반성은 없었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박구용 교수의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을 두고, 언론의 왜곡을 지적하고 정파적인 이해 때문에 한 개인을 매장하려 드는 여야 정당의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구용 교수는 『TV조선과 대부분의 언론이 박구용 교수를 악마로 만들었다!』란 제목의 18일 자 [팟빵] 매불쇼에 출연해 본인의 생각을 자세히 밝혔다. 그러나 이 해명은 철학자로서 그리고 2030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대학교수로서 몹시 실망스럽다.

http://www.gstandard.net/news/articleView.html?idxno=1116


박 교수의 해명과 반응을 보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신의 언어와 생각방식을 성찰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프레임 전환의 먹잇감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정체성 정치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철학자로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해 탄핵 반대 집회 시민을 갈라치며 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그는 탄핵 반대 집회를 주최한 세이브코리아 측을 “사이코패스 같다”, “전광훈보다 더 무서운 파시즘”이라고 표현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시민들을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몰아갔다. 또한, 자신이 머물렀던 호텔에 폭발물 신고가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평화적인 집회 참가자들을 공포스러운 존재로 느끼게 만들려는 여론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는 언론의 왜곡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정치적인 반대 세력을 동일한 방식으로 악마화하는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https://naver.me/GHvR3VuB


■ 탄핵 반대 여론과 박구용 교수의 편향적 시각

광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를 계엄령 옹호나 내란 동조 행위라고 낙인찍는 것은 섣부르다.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건 안 하건 간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탄핵 반대 집회는 그 어떤 폭력이나 불법적인 행위도 없었기에, 이들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진영 논리에 따른 갈라 치기의 나쁜 사례다.

박 교수는 탄핵 반대 집회를 주최한 세력과 이에 동조한 시민들을 비난하기보다, 왜 광주에서까지 사상 유례없는 보수계열의 대형 집회가 성황리에 열리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성찰해야 했다.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국민 여론은 대체로 찬성 쪽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까지 탄핵하고, ‘대행의 대행’까지 탄핵하겠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자 국민의 마음이 돌아섰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공포심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탄핵 반대 여론은 점점 확산되었고,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탄핵 반대 집회를 단순한 극우적인 파시즘으로 몰아가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진영에 따라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그의 ‘2030 말라비틀어지게’ 논란이 단순히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의식 깊숙이 자리한 정치적인 편향성과 갈라치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철학자로서 다시 서야 한다

박 교수는 세계시민적인 태도를 강조하면서도, 탄핵 반대 집회를 사이코패스와 파시즘으로 몰아갔다. 그의 철학적 논리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편적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온 시민들도 그의 세계시민적인 연대의 대상이어야 하지 않는가?

하이데거가 나치 정권을 지지하면서 철학적인 논리를 권력에 제공했듯이, 박 교수 역시 세계시민 담론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정치적인 반대 세력을 악마화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세계시민이라는 이상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정치적인 편향 속에서 공론장의 협소화를 조장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제라도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왜 민주당의 탄핵 전략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

왜 반대 세력의 저항은 인정하지 않는가?

왜 공론장을 특정 진영의 논리로 가두는가?

그가 철학자로서 공론장의 성숙을 위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는 결국 특정 정치 세력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철학을 소비하는 역할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철학의 이름으로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이 초래한 파장을 깊이 성찰하고, 진영 논리를 넘어서 학자로서 공론장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결국 자신이 비판하는 파시즘적인 생각방식과 다를 바 없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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