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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재명은 공포 마케팅인가

이재명에 대한 실제 공포는 그의 정책에서 나온다

by 배훈천


최근 보수진영의 대표적 논객들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 잇따라 후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일찍이 이재명 후보를 “깊이 있고 팽팽한 사고를 지닌 인물”로 평가했다. 오늘은 조갑제가 이재명을 만나고 나서 “밝고 쾌활한 사람”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보식 전 조선일보 대기자 역시 월간조선 5월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보면 신기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말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정치인으로서는 벌써 죽었어야 해요. 형수 욕설 논란에 전과 4 범입니다. 걸려 있는 범죄 혐의가 몇 개입니까. 11가지예요. 적대적인 윤석열 정권이 집권했어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180석 거대 야당의 황제적 당대표를 지낸 겁니다. 이건 DJ도 못 한 일이에요.”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이 “말과 글 실력, 상황 판단 능력 자체가 뛰어나다”라고 평가했다.

최보식 대기자는 “보수가 이재명 포비아에 사로잡혀 이재명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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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논객도 인정한 이재명의 추진력, 그 방향은?


이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반(反) 이재명 진영은 이재명의 능력에 압도당해 단순한 공포마케팅에 기대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가족에게 내지른 욕설을 통해 드러난 포악한 인성에 대한 거부감정도는 보수 논객들이 인정한 이재명의 강점에 비하면 하찮은 흠결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 당시, 당내 경선 룰까지 바꿔가며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공천 학살을 감행하고, 막강한 당권을 이용해 비명 세력을 친위세력으로 흡수한 그의 반민주적 행태조차 탁월한 능력의 결과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적 훈련보다는 군사독재 시절의 효율성과 산업화 시대 중앙집권적 권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해 온 보수 논객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재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다소 더디더라도 타협을 통해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보다, 집중된 권력을 이용해 신속한 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 스타일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재명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군사주의 문화에 젖어있는 그들에게는 매력적 일 수 있다.


최보식의 표현처럼, ‘모 아니면 도’를 선호하고 화끈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만약 이재명의 정책 방향이 정당하다면, 그러한 강력한 추진력은 오히려 필요한 자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추진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다.


보수 논객들의 찬사가 쏟아지던 바로 그날, 이재명은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병원 확충’을 골자로 한 공공의료 정책을 발표했다. 이재명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했던 정책을 국가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 성남시의료원, 실패의 실체


성남시장이던 시절, 이재명은 시민운동 경력을 발판 삼아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주도했다. 2020년 개원 이후 지금까지의 결과는 처참하다. 병상 가동률은 36%, 누적 적자 2,417억 원. 시민 혈세로 운영되며, 의사는 떠나고 환자는 찾지 않는 병원이 되어버렸다. 하루 평균 외래 환자 수는 약 498명. 의사 57명이 나눠보면, 의사 한 명당 환자는 하루 9명도 되지 않는다.


한 의료인은 “김포의 한 의원에서 의사 한 명이 하루 350명을 진료했다”며, 성남시의료원의 비효율성을 꼬집었다. 성남시 의료원은 '공공의료의 가치’라는 명분으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시민 혈세만 축내는 밑 빠진 독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처럼 실패한 의료원을 기반으로 공공의료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병원과 의사 수만 늘리면 의료 격차가 해소된다는 발상은, 2,000명 증원을 내지른 윤석열의 단순함과 다르지 않다.


엊그제(2025년 4월 21일) 발표된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진료비 상승의 77%는 의료 단가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병원과 의사의 수가 늘어날수록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압박받는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다.



■ 이재명도 선택하지 않은 병원, 국민에게 강요


게다가 공공의대 출신 의사들이 주를 이루는 병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 공공의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강제 배치와 지역 의무복무가 불가피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진 이탈과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공공의료기관을 정작 환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재명 본인도 공공의료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는 공공 의료원보다 시설과 의료진에서 훨씬 우월한 부산의대병원조차도 믿지 못했다. 그는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장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자신도 선택하지 않은 시스템을 '공공'이란 아름다운 수식어를 붙여 의료정책이랍시고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라는 무리한 정책으로 의료계의 혼란을 초래했다면, 이재명은 그 혼란을 ‘공공’이라는 미명아래 총체적인 실패로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윤석열의 단순함에 이재명의 강한 추진력이 결합될 경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빛의 속도로 붕괴할 것이다.


결국, 전문의 한 번 만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유럽식 사회주의 의료 체계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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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위험한 "이재명은 합니다"


이재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한 인상비평이나 감정적 거부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확인된 실패가 더 큰 권력, 더 강한 추진력과 결합할 때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직시한 데서 비롯된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치인이 과거 실패한 정책을 신념처럼 밀어붙일 때, 국민은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재앙의 피해자가 된다.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는 그의 형수 욕설이나 장남의 성매매 의혹과 불법 도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들을, 오도된 확신 아래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그의 저돌성에 있다. 이는 포비아가 아니라, 이성적인 경계이자 경험에서 비롯된 정치적 판단이다.


그래서 보수 논객들이 ‘이재명 포비아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더 분명하게 이재명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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