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법원 판결보다 국민의 뜻이 중요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지자, 민주당은 집단적 폭주 상태에 빠졌다.
‘사법 쿠데타’ 운운은 약과이고, “한 달만 기다려라”라며 사실상 보복을 예고하는가 하면, “사법부를 없애자”, “삼권분립이 꼭 필요한지 검토할 때가 됐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나왔다. 이 후보 본인 역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아무것도 아닌 해프닝”이라며 비웃었다. 항소심 무죄 판결 당시에는 사필귀정이라며 사법부를 존경한다더니, 상고심에서는 같은 입으로 사법부를 공격한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면서 부끄러운 기색조차 없다.
민주당의 이성을 잃은 막말과 사법부 흔들기는, 윤석열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사기탄핵’이라며 “헌법재판소를 없애고 새법 재판소를 만들자”라고 외치던 전광훈 태극기부대의 그것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민주당은 최상목 부총리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화풀이하듯 탄핵안을 발의했다.
그들의 발작적 대응은 분노를 넘어 입법 폭주로 이어졌다. 이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살인범도, 강간범도 재판을 멈출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뜯어고치겠다고 한다.
이재명 하나 지키겠다고 삼권분립을 짓밟고, 헌정을 농단하며, 상식 이하의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민주당은 더 이상 민주 정당이 아니다. 법을 파괴하는 입법 독재자이며, 스스로 공화주의의 적임을 선언한 셈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계엄령을 꺼낸 윤석열이나, 사법부 판결에 “갈 때까지 가보자”며 화풀이하듯 탄핵안을 발의하고 법까지 바꿔버리겠다는 민주당이나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선고에서 윤석열의 반헌법 행위를 단죄하는 한편, 야당의 국정 마비 시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윤석열이 내란의 앞면이었다면, 민주당은 그 뒷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이 파면된 지금, 내란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내란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법치주의와 사법부를 부정하는 이재명 세력을 극복하는 데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9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치 풍토 중 하나는 정치가 법 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치도, 대선 후보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해서 범법행위를 용납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법에 따라, 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씀은 법치주의와 공화주의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은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민주연구원 인사도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았다. 그러니 좀 더 공화적이고 조심스럽게 합의하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이토록 공화주의에 무지할 수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공화주의란 곧 법률의 지배, 즉 법치주의다. ‘국민의 의지’가 법 위에 있다는 발상은 공화주의가 아니라 포퓰리즘이고, 인민민주주의다. 이재명의 말은 결국 “나는 공화주의자가 아니라 인민민주주의자이며, 파시스트입니다”라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김종민 변호사는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대통령 후보로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정면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법치주의의 근본정신은 “통치자가 주권자가 아니고 법이 주권자이며, 대통령이든 누구든 법 아래 있고 그의 행동을 적시에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대법원의 판결이 유례없이 신속하게 내려진 것을 두고 대선 개입이라며 비판한다. 갖은 편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던 쪽이, 막상 대법원이 신속히 판결을 내리자 이번엔 그 속도를 문제 삼는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모든 정치인 관련 사건에서 선거 전에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법률적으로 명확한 사안에 대해 우선적으로 심리하고 판단한 대법원의 결단은 오히려 법치주의의 본령이며, 그 현명함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민주당은 과거 당헌 제80조를 통해, 기소만으로도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규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2022년 8월, 이재명 당시 당대표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감안해 이 조항을 완화했다. 기소되었더라도 ‘정치 탄압’이라는 판단이 있으면 직무 정지를 면제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만든 법규조차 이재명을 위해 고무줄처럼 늘여놓지 않았다면, 대법원 판결 앞에서 삼권분립의 대원칙마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려는 시도는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민주당에게 이재명이란 무엇인가?
요즘 민주당에서 이재명의 모습은 마치 ‘위대한 어버이 수령’을 떠올리게 한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한총련 출신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인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재명을 수령처럼 결사옹위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에 사람이 없는가?
김동연, 김부겸, 우원식, 유성엽, 이낙연, 정세균... 지금이라도 대선 후보로 나서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만한 인물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럼에도 오직 이재명 한 사람을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민주당의 집단심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 일부 강경파는 “싹 쓸어버려야 한다”, “이 판에 혁명으로 가자”는 극단적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파괴적 정치 심리는 이재명의 공격적 성향과 결합해 매우 위험한 정치적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히틀러 역시 대중의 열광 속에서 등장했다. 파시즘은 언제나 광장의 열기에서 시작된다. 5 공화국이 반공 파쇼였다면, 지금 6 공화국의 끝자락에는 종북 파쇼가 등장할 조짐이 보인다.
민주당은 이제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당을 사랑했던 당원들이라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치적 반대자를 내란 동조 세력으로 몰고, 대대적인 숙청을 통해 이재명 일인지하의 파쇼 정부를 만드는 것이 과연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이었단 말인가.
지금 우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던 이승만 시대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 않다.
지금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모두를 ‘빨갱이’로 몰아가던 박정희·전두환 시대에도 살고 있지 않다.
다양성이 경쟁력이고, 다름이 오히려 발전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만큼 불확실한 시기에, 우리는 안정 속의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윤석열의 시대착오적 계엄 망상에 눈이 멀어, 현실을 오판해선 안 된다.
제발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자.
노무현의 공화주의, 김대중의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자.
그 출발은 단 하나, 지금 이재명 후보를 교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