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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만 홀로 남는구나"

길은 오직 이준석으로의 단일화뿐

by 배훈천

어제는 긴 하루였다.

여기저기서 전화와 카톡이 오갔다. 결국 용산행 KTX에 몸을 싣기로 했다.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막 나서려는 순간, NY를 만나는 게 불확실하다는 연락이 왔다. 함께할 인원도 너무 적었다. 이래서는 설득이 어렵겠다 싶어 결국 주저앉았다. 이렇게 이낙연과 함께 그려보려 했던 새로운 미래는 멈춰 섰다.


http://www.gstandard.net/news/articleView.html?idxno=1280


윤석열의 계엄 망동으로 불시에 치르게 된 이번 대선은 결코 정상적일 수 없다. 윤석열 당선 이후 줄곧 탄핵을 목표로 정국을 흔들어온 민주당에게만 정상적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 혼란은 직선제 개헌으로 출발한 6 공화국 체제가 이미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이 제7공화국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랐고, 이낙연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 한덕수의 배신과 김문수의 성공한 쿠데타


국민의힘은 파면당한 윤석열조차 정리하지 못한 채 대선 국면에 들어섰다. 그런 가운데 탄핵 반대의 선두에 섰던 김문수는 한덕수와의 단일화라는 기만적인 명분을 내세워 대통령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급기야 당권파가 쿠데타를 일으켰고, 당원투표로 가까스로 진압당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한덕수는 임기 단축 개헌, 통상 현안 해결, 국민 통합과 약자 동행을 약속하며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이낙연 전 총리가 개헌연대 국민대회에서 협력의 조건으로 제시한 위기극복, 정치개혁, 사회통합과 일맥상통했다. 그러나 그는 이낙연과의 연대를 대신하여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가로채려 했다. 내란 방조의 법적·정치적 책임이 있는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막중한 책임까지 저버리고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것 자체가 이미 불의한 처사였다. 하지만 이낙연과 개헌 연대를 통해 제7공화국의 물꼬를 텄다면, 그의 과오는 역사 속에 묻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어처구니없이 국민의힘 당내 민주주의를 어지럽히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정치인은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역사적 순간의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한덕수는 이제 내란 방조와 당내 쿠데타의 앞잡이로 기록될 뿐이다.



그 결과 김문수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말이 좋아 단일화지, 실상은 김문수가 자신의 전과 경력 중 하나인 '퇴거불응죄'를 정치적 무기로 삼아 한덕수를 몰락시킨 것이다. 이번 단일화 쿠데타는 형식적으로는 실패한 듯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대성공이다.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는 강경 보수 세력을 등에 업은 김문수가 승리했으니, 이는 윤석열이 실패한 친위 쿠데타를 김문수가 완성해 낸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물거품처럼 사라질 김문수 환상


김문수가 버티기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리를 차지하자 그의 인물에 대한 찬사가 곳곳에서 쏟아진다. 한때 변절자라 불리던 그의 젊은 시절이 순식간에 '거룩한 노동운동가'로 재조명되고, 봉천동 20평대 아파트 거주자라는 서민 이미지까지 동원된다. "나 김문순대"와 전광훈이 손잡았던 극우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온갖 미화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정치인은 학벌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역사의 결정적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로 평가받는다.


김문수는 반탄 세력의 지지를 업고 후보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의 오른편에 서 있는 차명진은 누구인가?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며 국민의힘에서 퇴출당했던 바로 그 인물 아닌가. 이런 김문수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지만, 설사 당선되더라도 주변은 자유통일당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다. 홍범도 동상 철거로 반공몰이에 나섰던 윤석열의 뒤를 이어 '일본 국적'으로 편 갈라 싸우는 소모적인 논쟁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이 부딪히며 국정 혼란은 무한 반복 될 것이다.


이런 김문수보다는 차라리 이재명이 나을 것이라는 게 다수 국민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의 역할은 국민의힘에 그나마 '당내 절차적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는 사실만을 보여준 것으로 이미 끝났다. 김문수는 그만 족함을 알고 사퇴하는 것이 지당하다.


◆ 또 다른 절망, 이재명


그렇다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가?


이재명은 대법원에 의해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자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전두환의 논리에 정당성을 줬다.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당선도 되기 전에 이미 포퓰리즘의 폭정을 실천하고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퍼주기와 동시에 법치주의에 기반한 공화주의를 무너뜨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인민민주주의 국가로 변모시킬 것이 뚜렷하다. 문재인조차 포기했던 공공의대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고, 주 4.5일제 추진으로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동자만 우대하며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한다. 윤석열의 친미·반중 편향에 이어 이재명은 반미·반일·친중 사대주의로 기울 가능성이 뻔하다.


참으로 우리는 지금 강간 상해범과 강도 살인범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받고 있다.


◆ 이낙연의 상처


이런 부조리를 이낙연의 개헌 연대를 통해 막아보려 했다. 저 썩어가는 국민의힘에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고 싶었다.


윤석열 출당, 반탄 세력 일소, 권력 분산 개헌, 임기 단축, 거국 통합 정부 구성을 협약해 이재명의 집권만은 막아보려 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해 감옥에 있던 송영길보다도 못한 13%를 얻은 이낙연 총리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큰 정치인이라 해도 또다시 불구덩이에 뛰어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역사는 언젠가 그의 충정을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로 얽히고설킨 고향에서, 부모까지 욕을 먹는 참담함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른다.



◆ 자유민주주의자들여, 단결하라


민주시민은 딜레마에 빠졌다. 중도개혁보수는 외통수에 몰렸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은 필연처럼 다가오고 있다.


이에 나는 이준석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선언한다. 아울러 김문수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한다.


이준석은 언더도그마를 악용해 반여성주의를 선동하고, 장애인 혐오를 조장한 책임이 분명하다. 사회 통합보다는 갈라치기로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얄팍함도 거슬린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현실은 이준석의 모든 문제점을 사소하게 만들어버릴 만큼 절박하다.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반공화주의 정권의 등장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새미래민주당을 비롯한 양심적인 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중도개혁보수 성향의 오피니언 리더들께 호소한다. 지금부터 이준석 지지와 김문수 사퇴 운동을 전개하자. 이준석은 김문수에게 제7공화국 개헌과 공동정부 구상을 제시하고, 단일화를 요구하라.


윤석열의 내란은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저지됐다. 그러나 이재명의 반공화주의 내란은 지금도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을 난입한 143명의 내란 폭동에 이어, 174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대법원을 난도질하며 법치를 짓밟고 있다. 이재명은 진짜 대한민국이란 구호 아래 민주공화국을 가짜로 치부하고 인민공화국을 진짜 대한민국이라 내세우고 있다.


입법, 사법, 행정부를 모두 장악한 이재명 총통시대를 눈앞에 둔 현실 앞에 제 정파가 갈라서야 했던 차이는 사소한 것이다. 이제 이재명 폭정 저지와 민주당의 법치 파괴 내란 극복을 위해 연대하고 단결해야 한다. 그 길은 오직 이준석으로의 단일화뿐임을 12.3 계엄 사태 이후 지금까지의 정국이 매일 증명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자들이여, 민주공화국의 깃발 아래 단결하자.


김문수는 당선의 헛된 꿈과 당권의 작은 욕심을 버리고, 과감히 단일화에 나서 역사 속에 승리의 투사로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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