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들만 레벨UP! 처음 만난 실패기

[ 뭘 해도 잘 되던 세상이 더 이상 내 편이 아닐때]

교대에 입학하면 자연스럽게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학년처럼, 대학교 졸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직업인이 된다고 생각헀다.

그렇다고 공부를 대충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내 마음에 온전히 맘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도서관 오픈런을 뛰고 나가달라는 11시까지 꽉 채워있었기 때문이다. 실습 때는 강의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는 그렇게 꾸역꾸역 인강을 들었다. 스터디도 빠짐없이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나는 불합격했다.


초등 임용에 최종 불합격한지 이틀만에 바로 구한 기간제 자리. 대학도 한번에 합격하고 휴학 한번 없이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니 나도 모르는 새에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우월감에 빠져 "나는 될 사람이다"하는 안일한 자만을 했던 것 같다. 남들이 꽤 인정해주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교사가 된다는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꽃길이라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같이 가는 꽃가마에서 나만 떨어졌을 때 이 세상의 실패자가 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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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비참한 감정을 또 싫어하는 나였다. 비관주의보단 오히려 낙관주의였고 인생의 모토가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에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가지기를 2021년 목표로 세웠다. 그래서 비록 바로 공립교사가 되진 못했지만 기간제 교사를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육청 홈페이지를 샅샅이 살펴보았고 딱 1명을 모집하는 초등단기지원교사 공고문을 발견했다. 사실 최종발표 하루 전이 원서 마감일이었다. 사실 되든 안되든 발령 대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최종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이 바로 면접이었다.


사실 정말 걱정했다. 함께 임용고시를 치뤄 합격한 고향친구들이 면접보러 오는게 아닌지, 그럼 뭐라고 애써 웃으며 이야기 해야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이놈의 자존심. 부모님, 친구들 앞에서는 불합을 예상했다며 호탕하게 이야기했지만 내 스스로 쿨하게 반응하는것이 오히려 마음 깊은 곳 구멍속으로 부터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이라는 것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물러날 곳은 없다는 생각으로 면접장에 임용 면접복과 똑같이 검은 정장을 입고 머리망을 하고갔다. 총 지원자는 3명이었다.


대기실에 들어가자 교직경력이 많으실 것 같은 남자 선생님께서 앉아계셨다. 선생님께서는 앳되보이는 내게 "발령 대기상태라면 발령나면 이 일을 못하잖아요?" 라고 여쭤보셨고 나는 솔직하게 "떨어져서 1년동안 근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한 두번 정도 '떨어졌구나'를 되네이던 선생님은 면접 대기장 밖으로 나가셨고 나중에 들어보니 면접을 포기하셨다고 했다. 뒤이어 들어오신 선생님도 명예퇴직하신 배테랑 교사셨다. 선생님께서도 들어오시자 마자 혼자 앉아있는 나를 보고선 담당 장학사님께 면접 포기의사를 밝히셨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교직의 꿈을 꾸는 후배를 응원해주시기 위해서였다. 물론 뒤이어 들어오신 선생님께서는 면접을 보셨지만 강력히 나를 추천해주시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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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들어보니 면접관님들께서는 장학사님과 교육 주무관님이셨고 내가 면접에 가장 진심으로 임하고 능력도 뛰어났다고 말씀해주셨다. 마음 한켠으로는 마음이 놓였지만 현장에 대해 낱낱이 알고 계신 선생님들께서 이 일을 맡으시는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큰 기대 없이 온 면접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선생님들의 배려에 큰 감사를 느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교직에 들어가기 앞서 나에게 잠시 인턴기간이 선물로 다가왔다. 열정과 패기 뿐인 내게 기회를 주신만큼 보다 많은 아이들과 보낼 수 있게 된 시간들을 알차게, 소중히 보내야지.


아이들하고 영상이나 사진 만들어보고싶어서 배워본 포토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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