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품백이 없어도 괜찮을 줄 알았다.

나는 솔로 27기를 보고, 결혼식에 다녀본 이야기

나는 결혼식을 참 좋아한다. 1년도 더 전부터 둘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홀, 드레스, 그리고 사랑을 서약하는 일,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리는 일. 그리고 바쁜 주말에도 모여서 그 둘의 독립과 사랑을 응원해주는 모습들이 나에겐 정말 감동스러운 일이고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요즘들어 선배, 친구들, 지인들의 결혼식 소식이 속속들이 들려오고, 실제로 몇군데는 다녀왔다. 다들 중요시하는 뷔페는 맘놓고 샐러드를 먹는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양상추와 방울토마토, 시저샐러드, 치즈, 올리브유 등 다양한 샐러드들을 구매하려고 하면 너무 부담되지만 뷔페는 눈치 안보고 샐러드를 두 세접시 먹어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호텔 결혼식에 다녀왔다. 평소 결혼을 한다면 하고싶었던 홀장이어서 꼭 가보고 싶었다.

대학생 때 함께 대외활동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었던 지인들이기 때문에 진짜 거의 5년만에 만나는 얼굴들이라 더 반가웠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검은색 셋업을 준비해서 입었다. 오늘 옷은 정말 맘에 들었다. 다이어트로 살도 많이 빠지고 허리가 잘록했기 때문이리라. 허리가 살짝 보이는 크롭디자인의 투피스 검은색 정장이었기 때문에 떳떳했다. 옷을 입기 위해 몸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미니멀리스트이기도 하다. 옷을 사기보다는 이미 내가 이미 사놓은 옷을 입기 위해서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애쓴다. 다행히 나는 전형적인 턱이 짧은 얼굴로 장점은 동안이라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아직 보세옷을 입고다녀도 크게 스스로의 옷차림에 별로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고도의 미니멀리스트는 환경보호가와 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물건늘리는 것을 정말 안좋아한다. 당장 손이 안가는 깨끗한 옷들은 바로 굿윌스토어에 기부하곤 한다. 그런 내가 예식을 위해 옷을 샀으니 정말 결혼식 참석에 진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한가지, 정말 맘에 안드는 구석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가방이었다. 조금 늦게 일어난 탓에 머리도 못하고 급하게 들고 온 가방은 전에 새언니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가방이었다. 4월 출근 이후 거의 매일 들고다닌 애착 가방이었다. 달려있는 귀여운 토끼키링도 있어서 나의 출근길을 반겨주는 가방인데... 결혼식장에 가면서 아차 싶었다.


내가 입고있는 옷은 까만색이고 가방은 흰색이라 색깔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너무 캐주얼하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명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결혼식장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온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면 저절로 가방에 눈이 갔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도 명품백 구입을 마치 사치품이라고 생각하여 허영심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나 자체로 고귀하고 내가 명품이니 명품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고 명품브랜드 오픈런 왜 해? 라며 입을 삐죽거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과시는 결핍이고, 동시에 결핍이 방어기제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명품에 대해 허영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위로했던 것이 사실은 누구보다 명품가방을 갖고싶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 이걸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출근용으로 가지고다니던 20만원대의 디자이너 가방을 가지고 올 계획이었는데 너무 캐주얼백을 가지고 나오니 더 신경쓰였던 것 같다.


어제 나는 솔로 27기 첫 소개 방송을 보았는데 내 드림백이었던 레이디 디올 백을 두 분이나 가지고 나오셨었다. 900만원대가 되어버린 나의 드림백. 꿈을 꾸다보면 지금의 내가 초라해보여서 오히려 가방을 안가지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핸드폰만 있으면 되는데 뭐! 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결혼식에 가방을 안가지고 가니 비교가 안되고 편했다. 그리고 내 직업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다보니 막상 데려가줘도 엄두내지 못할 스스로가 딱해 사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유가 있어서 안사는 것이라는 신포도 질을 한 것도 같다.


미니멀리스트 생활을 하면서 내가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 그것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가진 사람은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서 차라리 소유하지 않는것, 나를 누군가의 비교대상에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차도 그래서 나는 주변의 차를 사라는 이야기에도 차가 없지만 아직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로 되받아칠 정도로 크게 여한이 없었다. 특히 감가가 심한 차를 큰 돈 주고 구매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는 것 같다. 아직 없어도 되기 때문이겠지.


가방을 아예 결혼식장에 안들고 갔으면 비교하는 분별심이 들지 않았을텐데 평소 그토록 아끼던 가방이 결혼식장에 가니 어디 두고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샤넬을 들면 에르메스가 들고싶을 것이고 에르메스를 들면 그 라인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방을 들고 싶겠지. 그러다 돈이 없어지면 헛헛한 마음이 들고 에코백을 들면서도 행복한 사람이 좋아보일 것 같다. 항상 스스로 되네이는 말처럼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려고 다시 노력해나가야겠다. 동시에 너무 애써서 자기위로 하지말고 명품가방을 갖고 싶은 내 자신도 온전히 존중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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