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교육과정과 개념기반탐구학습 찍먹일기
[1부]
과제가 너무 많은 교대 3학년 시절, 특통관 1층 카페에 조끼리 가면 동기들이 삼삼오오 로테이션 돌며 이 과제 저 과제 쳐냈던 시절이 있었다. 이 동기랑은 배추흰나비 동물의 생활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저 동기가 부르면 음악 수업 지도안을 짜기도 했다. 저녁에는 무용수업을 위해 안무도 연습해야했다.
그 당시 했던 말이 '과제는 열심히 하면 끝도 없고 대충하면 한없이 쉽다'였다. 과제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 자료수집 담당 친구가 해온 자료를 다시 다른 것 찾아서 보완하거나, PPT 템플릿의 요소들을 채워넣거나 내가 발표라면 PPT, 자료수집 단계를 모두 내가 다시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너무 힘든 날은 PPT자동 추천 테마 돌리거나 선배의 족보를 받아서 이름과 년도, 그리고 교수님 자료의 내용으로 약간의 수정만 주기도 했었다. 과제를 하면 할수록 능력이 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퀄리티를 극강으로 높이는 방법과 한없이 쉽게 하는 방법을 양극단으로 배우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이런 과제의 늪에서 벗어나 이제 내가 과제주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으로 잠시 후련하기도 했었다.
처음 임용 후 축제가 매년 화려하게 열리는 도시의 6학급의 작은 학교에 신규 2명인 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했다. 꽃다발로 환영받은 첫 날 이후엔 11명의 선생님들 중 하나가 되어 학급경영이나 수업보다는 K에듀파인 기안문 재작성버튼 찾기부터 독학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당장 업무가 뭔지, 에듀파인, 품의, 기안 이런 단어가 너무 생소해 어려웠다. 교대 4년과 임용공부가 무색할 정도로 학교업무는 새로운 세계였고, 나보다 훠얼씬 바쁜 부장님들보다 어딘가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실 전임자 선생님의 이름을 열심히 찾으며 문서등록대장 속 바다에 나를 던져 여러 문서들 속에서 휘적였다. 학년 부장, 체육, 생활, 정보, 민주시민, 자치, 진로, 영어(원어민관리),교무위원회 참석 등 매번 달라진 업무에 메뉴얼과 쌓이는 공문들을 쳐내는 동안 제 시간 퇴근은 꿈도 못꾸었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몸이 힘들었지만 매 달, 매 해가 지나가니 학교의 업무의 큰 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매년 이런 싸이클이구나, 굵직한 업무들이 이런 변화과정이 있었구나~ 이런 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업무도 처음에는 메뉴얼과 실제 문서등록대장을 보며 흐름을 잡는 것은 어려웠지만 하다보니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니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업무를 할 수 있었다. 다행이 업무는 끝이 있었다. 적당히 읽고 결재할 공문과 부장님, 교감선생님과 상의해야할 공문, 그리고 내가 올해 메뉴얼로 수정해야하는 공문이 보였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안에 올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대학 때의 과제는 나의 평생 '직업'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수업이었다.
첫 발령지에서는 10~16명 사이의 아이들의 담임이다 보니 아이들 하나하나의 학습수준이 눈에 보여서 매 수업을 연구하기보단 개별적인 아이들의 학력을 키워주기 위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내가 이끌어가다보면 수준차가 너무 크다보니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따라오지 못했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어 큰 틀이나 컨셉보다는 아이들의 개별적인 수준에 맞는 과제와 학습지를 주거나 모둠을 수준별로 짜서 동료교수를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낮았기 때문에 학습결손을 줄이고 학습동기를 만들어주기 위한 게이미피케이션, 에듀테크들을 활용해서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수업을 짰다. 수업의 재구성은 크게 없이 도구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그 대신 교사와의,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효과를 높이려고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담없이 수업에 잘 참여했고 비교적 효과가 있는 수업 방법이었다.
[2부]
우리학교 아이들은 지난 학교와 너무 달랐다. 아이들의 수가 훨씬 많아졌지만 전체적인 학습부진 정도가 적고 우리반 아이들은 학급경영방식, 수업내용에 잘 따라왔다. 흡수가 잘되는 스펀지를 수조에 가득 담궈보고 싶듯이 얼추 잘 따라오는 아이들에게 교과내용을 보다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2025 서부교육청 디딤돌 장학연수를 담당하시는 연구사님께서 서부교육청에서 학생주도 수업 컨설팅이 있으니 한번 들어보라고 하셨다.
'학생주도 수업'은 무엇일까? 수업우수 1등급을 받아 연구교사가 되신 선생님의 사례를 보며 학생 주도 수업은 전체적으로 개념기반 탐구수업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사실 자료들을 바탕으로 큰 개념을 형성하고, 개념을 바탕으로 큰 일반화된 핵심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수업인 것 같았다. 대구 2차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IB프로그램의 요소들과 개념기반 탐구수업의 실제 우수사례를 보니 정말 수업이 마치 하나의 연구 보고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연수에서 멈추지 않고 '자기수업성찰 (과학)'을 신청하였다. 가장 수업하기 부담스러운 과목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그것은 과학이었기 때문이다. 과학과지만 문과여서 막연히 두렵기도 하고 지식 교과다 보니 내가 오개념을 가르치게 될까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수업에 대한 욕심이 지난 연수에 이어서 연구 선생님과 2022개정 교육과정 및 수업연구의 목적-> 과학과 교육과정의 구성 -> 개념기반 수업의 흐름 -> 수업의 실제 로 세분화 하여 들으니 아이들이 1의 생각을 스스로 꺼내게 하려면 교사와 교육 공동체가 99의 고민과 노력을 해야하는 구나, 수업을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할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에 너무 놀라고 경이로웠다. 수업이라는 것에는 정답이 없고 다양한 형태 그 자체로도 그 의미가 있지만 철저히 의도되고 짜여져 그 과정안에서 아이들의 삶과 연관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개념을 꺼내게 하는 과정은 정말 유려한 수업 그 자체였다. 당장 내가 연구대회에 나서는 선생님들처럼 수업을 만들어갈 순 없겠지만 올해 개념기반탐구수업이 방법과 장단점을 잘 흡수해서 수업의 질을 높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수업 설계단계-> 수업 탐구 사이클에 대해 깊게 배울 수 있었다.
1) find out단계에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고도를 찾게 하고,
2) Sorting out 단계에서 퀘펜의 기후구분을 통해 자신이 찾아낸 지식을 분류할 수 있는것이 바로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임을 알았을 때는 막연한 개념기반 수업에 대한 이해가 뿌리내린 느낌이었다.
3)going further단게에서 위도뿐 아니라 해발고도 역시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기후는 문화와 생활방식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핵심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수업은 아이들에게 정말 의미있게 다가올 것 같았다.
수업을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안해도 모르는거 과제처럼 후딱 대충 해치우면 그만 아닌가 하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아이들이 개념을 찾아가는 과정의 열정을 보며 나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교과서 개념들이 살아있는 수업을 하고 싶다는 미라클 씨앗이 생겼다.
아직은 배스킨라빈스의 맛보기 스푼으로 떠먹어본 정도이지만 우수한 선생님들께 열심히 배워서 나도 아이들이 직접 교과서 개념을 '발견'하고 '일반화'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보고 그 과정을 천천히 기록하는 작심삼일을 실천해봐야겠다.(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3일을 반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