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그냥 하지 말라》(북스톤, 2021)를 읽고
궁리하며 살겠다
- 송길영의 《그냥 하지 말라》(북스톤, 2021)를 읽고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했더니 없다. 이상했다. 사무실에서 검색했을 때는 있었는데, 저자명으로 다시 검색해 본다. 책이 있다. ‘그냥 말고 하라’로 잘못 입력한 정확한 책 제목은《그냥 하지 말라》다. 마음을 캐는 사람(마인드 마이너)라 자칭하는 송길영 저자의 세 번째 메시지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다. ‘조언’이라고 하면 딱딱한 꼰대같이 들릴까. 그럼 ‘인사이트’라고 할까. 그런데 말하고 보니 바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이 책은 꼰대,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는 셈이니까. 다가올 미래,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적 정체성으로 저자는 같은 세대, 그와 엇비슷한 중간 세대, 디지털노마드에 익숙하지 않은 변화되고 싶으나 달라지지 못한 세대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책의 핵심어는 ‘현행화’인 듯하다. 이를 저자는 ‘재사회화’라고 부른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에 참여하라는 것. 수많은 데이터로 코로나19시대의 변화를 진단한 그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당겨진 미래(기시감), 가치관의 액상화(변화), 생각의 현행화(적응), 삶의 주도권을 꿈꾸다(성장)’으로 확장되어가는 책의 일목요연함이 너무 자연스럽고 막힘이 없어서 놀라웠다.
저자의 말에 호감을 느낀 것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러니 “욕망하기를 멈추지 말”고, “욕망하고 바라는 것을 시도하라.”는 말 때문이었다. 아, 욕망해도 되는구나. 욕망이 나쁜 것은 아니구나, 안도하게 되는 이 기분은 마치 위로의 책인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현행화’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날마다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아직 미래가, 변화가, 두렵다. 4차산업혁명을 이해하고 인공지능을 알아가고 있지만, 다시 잊어버리고 있다. 전자책이 싫은 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까. 글을 읽을 때 인쇄해서 보려는 습관이 줄었지만, 신문을 스크랩하는 나는 아직 아날로그인가? 소식지 형태의 신문이나 잡지를 만들고 싶은 나는 어떤가?
책의 제목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냥 하지 말라”다. 이 말속에는 숨은 말이 있다. “그냥 하지 말(고 궁리하)라,”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했을 때 자꾸 ‘그냥 하지 마라’고 입력했는데 그래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하지 말라”는 그 뒷말이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의 전작 "상상하지 말라"도 그런 듯하다.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고 관찰하고 관찰하)라”인 것처럼. 전작을 잠깐 훑어보았는데 출간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이 풀이되어 있어서 역시 무난했고,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고 관찰하고 관찰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참, 이번 책에는 ‘경어체’를 쓰고 있는데 말 걸듯 친절해서 잘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경어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다. 얼마 전 직무 관련으로 강연회를 들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아서 무심코 물었다. “저서에 ‘습니다’체를 쓰신 이유가 있나요?” 그의 답은 아주 명쾌했다. “그게 트렌드에요. 기획할 때부터 출판사에서 요청하기도 했고요.”
이 책은 트렌디한 책이다. 그리고 ‘기록물’이다.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업적을 축적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닐까. 물론 책 쓰기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독자인 나는 인사이트를 얻어서 궁리하며 살겠노라고 주억거린다. 욕망을 놓지 말아야지,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까.
그런데 가끔은 ‘그냥’ 살면 안 될까. 하하. 실은 직관적인 성향이 짙어 ‘그냥’하는 일이 많다.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될까, 싶기도 하고…… 딴지를 걸어본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따지면 이분법적인 사고일 수도 있겠다. 책 속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 기억난다. 읽을 때는 끄덕거렸는데, 며칠 전 어린 친구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헉, 하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상담’ 같은 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겠다면서 이런 마음은 또 무엇일까?
*지역 문예지에 응모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