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골목길은 늘 짜릿해
골목길에는 묘한 감성이 깃들어 있다. 반듯하게 정돈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정겨움이다. 익숙한 골목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안정감을 선사하고, 낯선 골목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설렘을 안겨준다.
학창 시절, 친구와 늦은 밤 서로의 집을 바래다주던 골목길은 몽글몽글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가로등 아래 그림자 놀이를 하고, 좁은 담벼락에 기대앉아 밤하늘의 별을 헤던 기억.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그 시절의 골목길은, 낡은 흑백사진처럼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문득, 감성 가득한 골목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획일적인 도시 개발의 물결 속에서, 개성 넘치던 골목길들은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 건물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예전의 그 골목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라지고 있는 것은 골목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던 나의 추억인지도 모른다. 잊혀져가는 풍경 속에서, 빛바랜 기억만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오늘도 나는, 사라져가는 골목길을 그리워하며 추억 속을 거닐고 있다. 그 시절, 그 골목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곱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