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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의 달

유월의 바람, 기억의 무게

by 김성수

유월의 바람에는 유독 짙은 역사의 향기가 묻어난다. 호국보훈의 달,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작년, 12월 우리 사회를 깊이 흔들었던 한 거대한 사건을 겪으며, 나는 새삼 ‘우리나라’라는 네 글자의 무게를 절감했다.


전 세계가 한류의 물결에 열광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지금. 이 눈부신 영광과 자부심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단순한 시대의 흐름이나 운이 빚어낸 결과일까. 감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자긍심은 시간을 거슬러, 암흑 같았던 일제강점기와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했던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름도, 빛도 없이 스러지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순국선열들. 포화 속에서 맨몸으로 나라를 지켰던 호국영령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와 평화, 그리고 세계를 향한 당당함은 바로 그분들의 희생, 그리고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당연하게 여기는 평화와 안정 속에서, 이 땅이 얼마나 많은 희생으로 지켜져 왔는지를 망각하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작년의 그 서늘했던 경험은, 안일함에 젖어 있던 나에게 엄중한 깨우침을 주었다. 위기 앞에서 서로를 보듬고, 불의에 함께 맞서며 다시금 단단히 뭉친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았다. 그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세대를 거쳐 이어진 선조들의 DNA 속에 새겨진,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나는 불굴의 정신 그 자체였다.


그때, 나는 다시 깨달았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 자랑스러움의 진정한 주인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아니라, 가장 치열하게 과거를 살아내며 모든 것을 바친 이들임을. 우리는 그들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숭고한 빚을 지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선조들의 희생 앞에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우리가 물려받은 이 소중한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히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그러했듯, 우리 역시 다음 세대에게 더 단단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선조들의 숭고한 헌신에 진심으로 답하는 길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작은 기억과 실천이 먼 훗날 또 다른 누군가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야 할까?

누군가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다짐해야 한다.
나는 오늘,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내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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