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기 전에
팥빙수는 원래 얼음빙수였다.
사각사각, 숟가락으로 얼음을 깨물면 머리가 띵해지는 그 맛. 혀끝이 얼얼하고, 입안에서 눈사태가 무너지는 듯한 그 짜릿함. 그게 진짜였다.
근데 요즘은 그런 빙수가 거의 안 보인다.
다 눈꽃빙수다. 우유 얼음을 얇게 깎아 만든 거라는데, 첫 입은 확실히 부드럽다.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팥 맛도, 떡의 쫄깃함도, 다 단맛에 묻혀버린다. 끝에는 입안이 텁텁하다. 물린다. 이게 나만 그런가? 언제부턴가 우리 미각이 이렇게 똑같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김밥도 그렇다. 예전에는 파는 가게마다 맛이 달랐다. 밥은 좀 질거나 고슬고슬하고, 단무지가 짠 집도 있고 새콤한 집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비슷하다. 똑같은 속 재료를 쓰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편리하고, 실패할 일 없는 맛. 근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이 "집밥이 최고"라고 하는 말이 이제 조금은 이해된다.
그리움이라는 게, 엄마 손맛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다. 세상 모든 맛이 복사 붙여 넣기처럼 변해가는 시대라서, 우리 집만의 된장찌개나 김치 같은 절대 복제 불가능한 것들을 그리워한 거 아닐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얼음 알갱이가 살아있는 진짜 팥빙수를 찾는다. 사실 찾는 게 팥빙수인지, 아니면 그냥 내 기억 속 '진짜 맛'인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여러분들은 어떤 빙수가 좋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