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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페니 Feb 23. 2024

무빙, 17년 차에 생긴 초능력

진상을 피하는 능력

내가 근무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 중엔, 유독 자기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 난 처음에 그 사람이 그렇게도 싫었다.

 착하지도 않은데 착한 척, 별로 감동받은 거 같지 않은데, 엄청 감동받은 척, 뒤에서 온갖 험담이란 다하고 다니면서 정작 자기는 정의로운 척,  셀 수도 없다.

 심지어 업무차 클라이언트를 응대할 때도 본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기의 자녀는 나이가 10살인데 말을 잘 듣는다 내가 꽤나 엄격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엄격하기 때문에 당신은 나에게 일을 맡겨도 안심할 수 있다. 이런 식이다. 정말 앞뒤 맞지도 않고 하나마나 한 이야기들... 듣고 있으면 저 이야기 왜 하나 싶은 소재도 많다. 하루는 꽤나 진상인 클라이언트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에게 시달렸던 에피소드를 지나가는 회사 내 모든 사람을 붙잡고 토로했다. 그러면 듣고 싶지 않아도 그 줄거리를 다 알게 되는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정말 싫었다. 난 내 주변 가까운 친구들에겐 아주 노골적으로 싫다고 했다. 인사도 안 하고 아는 척도 안 했다. 말도 섞기 싫었고 그냥 가까이하기 싫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나에게 아주 가까운 친구가 했다.

 "네가 누군가를 싫어한다 느끼는 순간부터 스트레스야"

 맞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것도 심지어 만들어서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나는 더 이상 그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 했고 생각도 안 하려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아예 생각도 나지 않고, "아 원래 저런 사람 뭐...." 더 크생각도 안 했다. 근데 내가 더 이상 그 사람을 의식하지 않게 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음 벌어진 놀라운 일은,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게 되었단 것이고, 두 번째 놀라운 일은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매일매일 말을 건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도 자기 이야기를 나에게 건네고 그냥 말을 한다. 사실 그 사람은 결코 착한 사람은 아니다. 그 오랜 세월을 함께 일을 하며 겪어본 바, 른 직원의 성과를 가로채고, 자기가 이룬 성과는 미비해도 과하게 포장한다던지 다른 직원에게 주어진 기회를 야비하게 수를 써 자기 가 가로챈다던지...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지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더라.

  사람은 엄청나게 외롭다는 거다. 퇴근하고 함께 맥주 한잔 마셔줄 동료 하나 없고, 자기가 일을 많이 하고 열심히 하는 걸 아보고 칭찬하선배 없고, 나이는 많아 이상 어린 친구들 어울려 주지 않아 그나마 지갑이라도 열어야만 선배 소리를 듣는 입장인 것을 사람은  매일매일 알아가는 다.

 그렇다고 그는 측은하진 않다. 그저 그런 그를 알아보는 나에게 능력이 하나 생긴 거 같았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을 바라볼 때 다른 면모도 보게 되는 능력이란 게 생겼구나...

  마치 나에게 초능력이 생겨서 저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 마냥, 그래서 이제는 그 사람이 여전히 나의 뒤통수를 치고, 정말 정나미 떨어지게 약은 짓거리를 해도 순간엔 짜증은 나지만, 그 찰나 일 뿐, 별  다른 감정조차 안 든다.   어머나.. 진짜로 나에게 초능력이 생겼나 보다 진상을 피해 갈 수 있는 초능력이..  회사 경력 17년 차에 생 새로운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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