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을 한껏 벌려도
도저히 안을 수 없는 너
백만 서른한 번째 벌레에게
몸을 내어주며 미소 짓고
백만 서른두 번째 벌레가 낸 구멍에
또다시 몸을 내어주는 바보
빈 손으로 찾아가도
맨 몸으로 찾아가도
돌고 돌아 찾아가도
내가 찾을 수 있는 그 자리에서
천만 번째 나를 어루만지고
고요히 품을 내어주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우리 동네 냇가옆엔 커다란 고목나무 한 그루 있었다. 어릴 적 나는 고목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고, 고목나무의 나뭇가지를 잡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그네를 타기도 했다. 어디 그뿐일까? 고목나무의 껍질을 벗겨 배 띄우기를 하는가 하면 고목나무에 집을 짓는 개미군단을 찾아 고목나무뿌리를 헤집어 놓기도 했다. 고목나무를 참 못살게 하고 괴롭혔다.
그곳에 가면 여전히 고목나무가 서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그리고 변함없이 쉼터가 되어준다. 오늘 아침 고목나무로 가장하고 나타난 다함없는 사랑에 목이 메고 감사가 쌓인다. 나도 누군가에게 고목나무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