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by 김선화


설렘


아주 우연히 보게 된 너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게 된 너

어쩌다 다시 찾게 된 너


스치듯 시작된 만남인데

자꾸만 멈추게 되는 발길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해져 다시 보게 되는 눈길

걱정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뻗게 되는 손길


내 맘 아는 듯

가냘픈 손 흔들며 수줍게 웃는

그런 너를 지키고 싶은 나


내 마음에

소리 없이 찾아온 설레는 사랑

너를 만나 알게 된 사랑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산책 나갈 준비를 하다 잠시 생각의 걸음을 멈춘다.

나이가 들어 얼굴은 주름질지언정 마음의 주름은 쫙 펴고 새벽이슬 머금은 풀잎처럼 생동감 넘치는 동심의

눈과 나이만 먹은 사람이 아니라 나이만큼 넉넉한 어른이 되고픈 마음을 품고 걸음을 뗀다.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점점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더운 열기를 씻겨주는 것 같아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저만치 우비를 입고 땅에 막대를 꽂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이 빗속에 무얼 하시는 걸까? 궁금한 생각에 발길은 이미 아주머니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행여 아주머니에게 방해가 될세라 산책로를 걷는 것처럼 멀찍이 떨어져 천천히 지나쳤다. 아주머니는 땅을 뚫고 나온 작은 새싹 주변에 막대를 꽂고 있었다. 그 막대는 그냥 단순한 막대가 아니었다. 그 길을 처음 지나가는 사람일지라도 그 새싹은 잡초가 아닌 특별한 어떤 식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상징과 같았다. 나는 매일 산책을 하며 식물을 찾게 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는 신비로운 식물을 지켜보던 어느 날 다시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오늘 아주머니는 식물이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끈을 이용해 식물을 막대에 단단하게 고정시켜 주는 일을 하고 계셨다. 누군가의 사랑과 정성으로 자라나는 식물이 내게도 특별한 식물이 되었고, 산책길엔 어김없이 식물을 찾아 인사하게 되었다. 하늘하늘 우아한 드레스 같은 꽃, 꽃이 진 자리에 맺힌 주머니 같은 열매까지 식물은 그렇게 베일에 싸인 체 궁금증만 증폭시켰다. 그리고 그날밤 식물에게서 낯익은 열매를 발견한 나는 연거푸 감탄을 쏟아냈다.

"너였구나! 너였어! 안녕 목화야!"

기다림이 만들어 낸 경이로움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목화야 너 정말 아름답다."


누군가의 정성이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끝내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일까? 목화의 성장과정을 보며 공(功) 들이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많은 사람이 공들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듯 남편에게 자식에게 동료에게 공들이는 것에 대해 억지로가 아닌 기꺼이 해보기로. 오랜 기다림 끝에 목화를 만났던 것처럼 그들 안에 있는 선한 열매를 만나게 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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