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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잠재우기

by 김선화

판이 깔렸다

그들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넌 누구니?

난 캔이라고 해

목젖을 탁 쏘는 짜릿함으로

이 집 아들의 잠을 깨우는 일을 하지


넌 누구니?

난 종이팩이라고 해

출출한 시간 고소함으로

이 집 남편의 속을 달래주는 일을 하지


넌 누구니?

난 테이크아웃 잔이라고 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씨름하는

이 집 딸의 얼굴에 생기를 넣어주는 일을 하지


넌 누구니?

난 엄마손이라고 해

밤중이건 새벽이건 신명 나는 판을 깨끗하게 정리해서

이 집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일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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