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에 눈을 뜬 날
아이의 방학이 끝자락에 닿았다.
방학이라는 시간 안에서
나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자주 나가 시간을 보냈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웠다.
그리고 지쳤다.
피곤함이 온몸을 지배했다.
“내가 왜 이렇게 많이 자지?”
싶은 날도 왔다.
개학하면 못 일어나는 거 아닐까,
하는 쓸데없이 앞선 걱정도 함께.
아이들의 방학 동안 엄마는 엄마 말고 다른 모습으로 살기 어렵다.
아이에게 매여 있거나, 맞벌이라면 일과 육아를 함께 떠안고 더 빡빡한 하루를 버틴다.
하고 싶은 일은
“개학하면”으로 미뤄둔다.
방학은 아이에게는 쉼이지만
엄마에게는 체력전이다.
돌아서면 설거지가 산더미고
집에 있어도 힘들고 밖에 나가도 힘들다.
엄마의 몸은 생각보다 많이 축난다.
그래서 정신력으로 버티는 걸 그만해 보기로 했다.
잠을 자고 싶은 만큼 자봤다.
눈을 떠보니 오후 두 시.
이럴 수가.
아침도, 점심도 지나 있었다.
다행히 아이는 혼자 먹을 것을 찾아 먹고
TV를 보며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하루 이틀쯤이야 하고 넘기면 될 일을
괜히 죄책감이 올라왔다.
루틴이 무너진 것 같고,
내 잠을 채우느라 아이를 놓친 것 같고.
나는 아직 그 마음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내가 바닥까지 닳아버리면
육아의 질도, 나의 하루도
결국 흔들리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씩 연습해보려 한다.
때로는 나를 먼저 두는 것.
잠을 채우고, 숨을 고르고 나를 어루만지는 것.
그래야 다시 웃으며 아이를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일단,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