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새 학기 첫날, 나도 조용히 숨을 고르다
아이의 새 학기 개학날이었다.
아침은 조금 더 분주했고,
괜히 나도 함께 긴장했다.
가방을 다시 확인하고,
시간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잘 다녀와”라는 말을 평소보다 한 번 더 건넸다.
문이 닫히고 나니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분명 매년 반복되는 새 학기인데
이상하게 나도 함께 새로운 자리에 놓인 기분이었다.
아이에게는 새 교실과 새 친구들이 있고,
나에게는 다시 시작되는 같은 일상이 있다.
설거지를 하고
집을 정리하고
하루를 평소처럼 움직이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나도 조금은
가볍고도 적당한 힐링이 필요하겠구나.
그래서 무작정 도서관으로 갔다.
높은 천장에 네모난 빛이 내려앉고
정리된 책장들이 벽을 채우고 있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고
공기는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 안에 앉아 있으니
내 속도도 조금 느려졌다.
파란 표지에 노란 원이 크게 그려진 책 한 권.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는 잠시 멈췄다.
나는 요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책장을 넘기며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잠시 빌려 앉았다.
누군가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누군가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다.
대단한 깨달음은 아니었지만
충분했다.
비교도, 자극도 없이
그저 읽는 만큼만 스며드는 시간.
아이에게 새 학기가 시작된 날,
나에게도 작은 환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
도서관을 나서며
나는 알았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조금 정돈되어 있었다.
아이에게는 새 출발이,
나에게는 같은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나를 다시 세워두고 있었다.
혹시 요즘
반복되는 하루에 조금 지쳐 있다면,
아무 계획 없이
도서관에 가보는 건 어떨까.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좋고
특별한 깨달음이 없어도 좋다.
그저 잠깐,
다른 사람의 삶을 빌려 앉아보는 것.
생각보다
마음이 조용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