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잘못은 아니지만 나를 조금씩 굳게 만들고 있던 것들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벌써 서른다섯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방식, 나의 습관, 나의 생각들이
조금씩 굳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 같은 것.
나는 늘 5분, 10분 정도는 늦는 편이었다.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조금 늦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오다 보니
그 습관이 별로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말했다.
“그런 습관은 안 하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순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괜히 지적받는 느낌도 들었고
속으로는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편의 말이 맞았다.
큰 잘못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뿐만이 아니다.
카페에 가면 음료를 다 마신 뒤
내 생활 쓰레기까지 함께 버리던 습관 같은 것들.
예전에는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해왔고,
다들 비슷하게 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행동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졌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조금 더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는 그 습관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사실조차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
내 방식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을 고치려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의 습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진다.
그래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고칠 수 있는 것들은 빨리 고쳐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작은 습관들로부터
나 자신을 경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연습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시작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의 피드백이 객관적으로 맞는 말이라면
그 말을 오래 붙잡고 방어하기보다
가능한 한 빠르게 나를 바꾸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지라도 안 하면 더 좋은 것들.
그런 것들을 발견하면
가능하면 빨리 깨닫고 고치려고 한다.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
그것 또한 나를 위한 변화라고 믿는다.
결국 나를 바꾸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런 작은 습관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안의 작은 습관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들이 결국은 나를 위한
조금 더 안전한 하루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