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서 잠시 벗어났다

머리가 바쁠수록 시선을 바꿔본 이유

by 지안


새해 계획은 다들 세웠는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세웠다.

계획이 늘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1번, 2번, 3번.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두는 정도였지만,

계획은 늘 ‘성공’이라는 단어로 끝이 났다.


하지만 올해는 세우지 않았다.

목표지향적인 내가 목표를 세우면

또 얼마나 치열하게 지낼지 너무도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어졌다.

계획이 없는 것이 내 올해의 계획이 되었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도 없었던 건 아니다.

1년을 관통하는 장기 계획은 없었지만,

하루의 계획은 여전히 빼곡했다.

생각은 여전히 많았고 머릿속은 자주 분주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내가 하는 일, 내가 하는 생각에만 매몰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루의 패턴도 늘 비슷했고

생각의 루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익숙함은 안정감을 줬지만

동시에 나를 같은 생각 안에 가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머리를 멈출 필요가 있었다.

쉬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 선택한 건

평소라면 거의 보지 않을 영상들이었다.

돈 이야기, MBTI 같은 주제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틀어본 추적60분까지.


돈 이야기를 보다 보니

요즘은 또 주식에 빠지긴 했지만,

그 역시 내가 원래 머물던 자리와는

조금 다른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분명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의식적으로 관심사가 아닌 것들을 찾고,

일부러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의도조차 희미해졌다.


내 삶과 직접 닿아 있지 않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점점 생각을 덜 붙들게 되었고,

어느새 여유롭게 숨을 쉬고 있었다.


또 의외로,관심사가 아닌 주제임에도

보다 보면 뜻밖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예상 밖의 지점들이 생각을 더 가볍게 풀어주었다.


나는 원래 하나에 빠지면 깊이 빠지는 편이다.

그래서 더 조급해지고 시선이 내 앞에만 고정될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이런 경험은 꽤 도움이 되었다.


정말 세상에는 내가 붙들고 있던 고민 말고도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덜 조급해졌다.


그래서 머리가 늘 바쁘고 생각이 쉽게 과부화될 때면

나는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 속으로

잠시 시선을 옮긴다.


그 시간은 나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내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그날의 나는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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