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고소 후 아이의 진술

해바라기센터

by 지안

나는 아동학대로 누군가를 고소하면 절차가 어떻게 된다는 걸 알리가 없다.

그리고 경찰 수사관님에게 절차 안내를 들으면 헷갈리고 정신이 없었다.

인생에서 나에게도 큰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었다.

내 아이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을 고소한 후 나도 하루하루가 무슨 정신으로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경찰청에서 그 와중에 아이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해바라기센터로 와서 아이가 진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해바라기센터가 뭐지?'

나는 정말 무지하고 막연했다.

결국 해바라기센터에 대해 구체적인 것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방문했고, 우리는 여기에 와서 아이의 녹화 진술을 했다. 아이를 데리고 간 날 가는 길 나의 마음은 정말 뚜렷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경험 자체가 우린 처음이고 그나마 '진술'에 대한 의미를 알았던 내가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내가 진술을 10번 하라면 10번을 하겠는데 아이가 하는 거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진술자체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야 할 텐데, 그때의 우리 아이의 마음이 괜찮을는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더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지, 지금 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맞는 건지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엉망진창 나열되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당사자이고, 그것을 아이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동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사건임에 기억이 더 왜곡되거나 잊히기 전에 진술이 필요했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나는 무거운 마음을 잔뜩 안고 아이랑 손을 잡고 해바라기센터에 도착했다.


그리 해서 고소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2024년 8월 26일에 해바라기센터에서의 아이진술이 이루어졌다.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해당 장소에 도착하니 우리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님이 먼저 도착해 있었고,

먼저 사무실로 안내받고 들어갔다. 2명의 상담사분이 처음 도착한 우리 아이에게 친근감을 먼저 드러내며 이름을 묻는다던지 편안하게 해 주려는 노력을 하려는 게 느껴졌다. 그 새 나는 한 상담사분이 아이의 녹화진술을 할 것인데 동의하냐는 동의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에게 무슨 설명을 하고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빨리 끝내고 집에 아이랑 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아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인 어른인 나도 이런 경험에서는 침착하지 못했다.

그리고 직원분이 아이랑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다 그 연장선으로 아이를 녹화진술하는 곳으로 데려갔다.

나는 한 대기실에서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분명 한 두 번 해본 것이 아닌 전문가 직원분들이 알아서 아이랑 대화를 잘하겠지만

우리 아이는 그 어린이집에서의 일을 꺼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와 내가 여기 와서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침착해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임에 불구하고 차분하지 못했다.

겨우 7살 아이가 녹화진술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기다니...

하필 남편도 근무를 하는 시간이라 혼자서 그 대기실에서 안에서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막연함을 넘어 걱정되는 마음에 초조하기까지 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휴대폰을 만질 의지도 없었고 뭘 할 수도 없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허공만 응시하며 아이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곤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려 우리 아이가 나왔다.

그 시간이 무슨 10시간 정도는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담당 수사관님이 잠시 나에게 와 아이가 진술을 아주 잘해준다면 증거로의 역할이 아주 좋겠지만 우리 아이가 진술을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우리 아이의 말하는 스타일을 보면 어떤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진술에서도 그럴 거라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의외의 말은 아니었다.

나는 해바라기센터를 오기 전과 후 아이의 기억이 더 상기될까 봐 또는 진술 시 아이의 기억이 왜곡될까 봐 이 사건에 대해 최대한 이야기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직원분들이 아이에게 대화형식으로 좋아하는 게 뭐야? 무슨 음식 좋아해? 같은 단순한 질문 등을 하며 아이에게 대화를 유도해 그날을 간접적으로 꺼낸 것 같았다.

녹화진술을 마치고 나온 우리 아이는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힘들어'라는 말 외에는 다른 표현은 하지 않았다.


'7살 우리 아이와 나는 이런 걸 해야 할까?'

‘보호자인 내가 선생님을 고소하는 일을 시작해 오히려 아이를 더 힘들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생각도 잔뜩이었지만, 해야만 했다.

선생님이 어떤 행동으로 우리 아이에게 해했다고 확신했다. 이곳으로 와 녹화진술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그간 내 아이에게 일어난 일을 알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일이라니 피할 수 없는 행위였다.


뒤늦게 알게 된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대상 365일 24시간 상담지원, 의료지원, 법률·수사지원, 심리치료지원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피해자가 폭력피해로 인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이용대상은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인 위기지원형,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및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인 아동형,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인 통합형 3가지 유형이 이용자가 된다.

수사기관과 연계되어 우리는 여기서 진술녹화 실시 서비스를 받은 것이다.

실제 우리 아이의 진술이 이 수사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대처를 도와주고 지원을 하는 기관이고 필요한 공간이지만 목적이 오로지 진술을 위해 간 해바라기센터는 최소한 7살인 내 아이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기관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드러난 선생님의 가해사실을 보자면 이 날은 우리에게 거쳐야 할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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