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목소리
나에게는 한 사람의 극명한 이중성을 알 수 있는 통화녹취가 2개가 있다. 통화상대는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이었던 원장이다. ‘원‘ 자가 붙은 시설이나 기관의 우두머리.
나는 원장과 6월 초부터 아이의 행동과 성격변화를 눈치채어 상담도 했고 아이를 잘 지켜봐 달라 요청도 해보고 선생님의 행동에서 느낀 것을 전해보고 결국은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번 전화통화, 대면대화도 나누었었다. 그런데 퇴소할 때 이 모든 대화는 없어지고 나에 대해 피붙이처럼 생각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모른 척하는 원장에 대해서도 분노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짓을 행한 것은 선생이지만 원장도 그 못지않게 원장의 명함에 맞게 행동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원장에게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했다는 문서 등으로 어떤 죄명을 주지 않았고,
구청에서도 모든 법적절차가 끝이 나야 원장에 대한 행정처분도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리 가정이 경찰청에서의 수사과정인 영상판독 기간을 기다리는 동안 어린이집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고소를 당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선생님은 출근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들었고, 원장은 기존 부모들에게 엄청나게 친절해졌다는 이야기를 야금야금 전해 들었다.
무언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는 걸까?
왜 이렇게 안일할까?
퇴소 시에도 아이가 힘들어했던 부분이 반복되어 그만두는 것을 그 선생, 원장 그 두 사람은 알고 있었음에도 딴 소리만 하며 끝을 내더니 고소 후에도 어떤 연락 한 통 없다.
아직 수사 조사단계였던지라 나도 그들에게 명백하게 잘못을 물을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 원을 다니다가 이렇게 변해버린 아이와 퇴소를 감당하게 된 우리 가정에 대한 미안함에 '사과'정도는 할 수 없을까? 7세에 초등학교 입학을 몇 달 앞두고 그만두기가 힘든 결정이라 노력한 부모인 나를 그들은 알 것이다.
그들이 밉고 괘씸하고 가증스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이 감정을 혼자만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지냈지만 당장 누구에게 따지고 들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소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으나 원장님에게 연락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기가 아닌 분노, '내가 이 정도 말도 못 하나?' 싶은 시간에 대한 억울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나- "여보세요 원장님"
원장- "네~~ 어머님~~"
나- "네.. oo이 엄마거든요, 원장님 다 알고 계시면서 그... 선생님이랑 저희 oo한테랑 저한테랑 사과하는 게 그렇게 힘드신가요..?"
원장- "선생님이랑 oo 이한테 제가 사과를 해야 된다고요?"
나- "선생님이 oo이랑 저한테 사과하는 게 그렇게 힘드시냐고요. 원장님도 마찬가지고요. 원장님이시잖아요"
원장- "어머님, 잠깐만요. 저희도 그때 연락을 받고 너무 당황스럽고 했는데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결과도 안 나오고 지금 너무 놀라운 상황인데 뭘 해야 하는지"
나- "아 결과가 안 나온다고 해서 선생님들이 인정한 그 언행들이 없어지는 건가요?"
원장- "무슨 언행인지? 저도 일단은 어머님 아버님 다녀가시고 나서 했던 활동 그런 걸 얘기했지, 전 잘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전화를 받은 원장님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상당히 상냥했고, 갈수록 앙칼지고 까칠해졌다.
그리고 본인 이야기를 늘 먼저 했고, 또 이번 통화에서도 본인의 말이 우선이라 내가 할 말을 중단시키려고 해서 말 좀 끊지 마시라, 그 원 다니면서 원장님이 말 다 끊어서 제가 할 말을 못 했다, 원장님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고 처음으로 말했다.
내가 이야기를 할 시간을 안 주니 나도 급하게 내가 느낀 이런저런 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 말조차 남김없이 무시당했지만 말이다.
'시간이 한 달가량 흘러 혹여나 내가 먼저 연락을 한다면 사과를 하지 않을까?'라는
나의 조금의 기대감마저 모두 무너지는 태도였다.
이미 무너지고 있던 우리 가정에 대한 기본적인 사과를 원했지만 자신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갑자기 이렇게 당황스럽게 전화를 받았는데다가 사과를 어떻게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와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총 3분 29초의 통화는 원장님의 일방적인 종료로 끝이 났다.
그 녹취에는 이야기 도중 끊겨버린 전화 끝에는 끊어버린 상대방에게 "허~"라고 기가 차 나온 나의 마지막 말이 담겨있다. 목소리 톤이며 말투며 말하는 속도며 모든 것이 당당했고 오히려 본인이 기가 차 하는 느낌도 받았다. 나는 그 원장의 밑바닥을 그렇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영상 판독 후 경찰청에 가서 가장 처음 영상을 확인 한 사람은 원장이다.
고소 후 처음으로 나에게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랑 집에 있던 나는 휴대폰에 '원장님'이 뜬 것을 보고 잘못 본 것이 아닌지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수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사과냐며 본인에게 바라는 게 있는 것 같다며 말하는 도중 끊어버린 원장이 영상확인 후 나에게 먼저 걸려온 전화다.
"oo어머니~ 저예요.
저 오늘 경찰청 다녀왔거든요.
일단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어요.
어머니 많이 속상하실 것 같아서 미리 전화를 드리고요.
하~ 어머니 지금 통화는 가능하세요? 하~ 오늘 어머님 가시면 많이 속상하실 거거든요.
저도.. 저도.. 제가 몰랐던 상황들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많이 힘들었는데 저와 비교할 바가 되겠어요. 하.. 제가 저도 뭐라고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미리 가시기 전에 전화를 해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어요."라고 입을 떼었다.
그 앓아가는 목소리 톤이며 완전히 변해버린 태도는 황당 그 자체였다.
그래서 제가 평소에 원장님한테 선생님에 대해 말을 했지 않느냐 지켜보는 게 아니라 원장님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되었었지 않았냐고 하니 본인은 개입을 했다며 금세 말을 돌리더니 지금 방법적인 부분을 말하려는 게 아니고 일단 사과를 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을 보니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냐는 나의 물음에 선생님이 말하던 거라 제가 선생님을 본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그랬다고 어머님께서 전화 주면 언제든지 받겠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듣기도 싫은 역겨운 목소리.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실 우리는 이 날 영상을 확인하지 않을 예정이었고, 며칠 뒤 영상 확인을 위해 경찰청에 갈 예정이었다.
도대체 뭐가 나왔길래 이렇게 딴 사람이 되어 연락이 온 것인가?
또 그렇다면 여태 부모인 내가 우려스러움으로 알리고 알린 시간들 동안 책임자인 원장은 내부 CCTV 한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인가?
영상을 처음 경찰청에서 보고 놀래 영상 보고 본인이 놀랬다며 나에게 이런 전화가 왔다는 게 나는 더 놀라웠다. 우리는 며칠 뒤 영상을 직접 확인하고는 그 뻣뻣하던 원장이 '이럴만했네'라고 말했다.
이게 ‘원’ 자가 붙은 한 어린이집의 원장이란 말인가?
원장을 법으로 처벌을 못한다면 살아있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괴롭히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