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민낯은 잘못을 마주할 때 드러난다

잘못을 말한 순간 드러난 얼굴들

by 지안

나는 오랜 시간 억울했다.

그렇다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절망하진 않았다.

이미 일어난 일이었고, 아이의 일이라면 엄마인 내가 버티고 해결해 가는 수밖에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결국은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나왔다.


그런데 2차 가해만큼은 달랐다.

우리 가정의 진실은 여기에 있는데 알 수가 없는 누군가가 이 사건에 대해 나에 대해 더 아는 척을 하고 있다.

중요한 건 나는 그 상대방을 모른다. 이만큼 답답한 일이 어딨는가.

이런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고, 우리의 일을 마치 남이 진짜인 듯 이야기하는 상황들에 기가 찰뿐이었다.

초기에는 그런 상황들도 유순하게 넘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짓이 진실처럼 되어버렸다.

그건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옅어지는 종류의 상처가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과 의지로 다시 만들어지는 상처였다. 그래서 더 뼈아프고, 그래서 더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그런 말을 한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뭘 알고 그랬느냐고. 그런데 잘못을 지적받으면 가장 먼저 ‘우긴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대답은 피해 가고, 자기에게 책임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어떤 이는 “이 동네에서 이 일 모르는 사람 있냐, 그럼 다 사과해야 하냐”라고 했다.

정작 내가 묻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또 어떤 이는 나에게 "다른 아이들은 생각 안하냐?"라고 했다.

난 아이들을 지키고자 이 선택을 한 것인데, 왜 이런 말을 듣게 될줄이야.

사람들은 그 단순한 질문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되레 나를 “자기를 해치는 사람” 취급하며 연락하지 말라던 사람도 있었다.

나는 없는 말을 만든 적이 없고, 부풀린 적도 없었다.

그저 당신이 실제로 했던 말의 의미를 묻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 건 오히려 그 사람들이었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조작해 그들을 몰아붙인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 반응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비슷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자 오히려 깨달았다.

이건 그들 모두의 공통된 방식이라는 것을.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은 학교 앞에서였다.

2차 가해에 동조한 무리 중 한 사람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원래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나는 단순히 물었다.

“왜 인사를 하세요?”

안 그래도 불쾌한 얼굴을 마주 보고 있던 상황도 짜증이 나는데 인사까지 하다니, 얼마나 세상을 우습고 가볍게 살면 저럴 수 있을까.

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이 인사가 화근이 되어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 앞에서 싸움으로 번졌다. 그리고 난 그 사람에게 2차 가해자라고 말했고, 상대방은 내가 말을 지어내지 않았다며 묻지도 않는 말로 엉뚱하게 대답을 했다. 난 상대방에게 네가 말을 지어냈다는 게 아니었다.

또 상대방은 "부를까? 부를까?"라며 외쳤는데, 누굴 부른다는 건지 명확히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했다.

그리곤 “나 아니라고 했다!”라고 외치며 자리를 벗어났다.

그 순간, 잘못을 지적받는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이면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지 나는 아주 선명하게 보았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나는 한 가지를 확실하게 배웠다.

사람들은 잘못을 할 땐 너무도 쉽게 한다.

하지만 그 잘못이 드러나는 순간, 대부분은 우기고, 회피하고, 목소리를 키우고, 상황을 흐린다.

책임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용기보다, 자신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변명과 감정 표현이 더 빠르게 튀어나온다.

그렇게 사람들의 민낯은 드러났다.

나는 이제 사람의 겉모습을 믿지 않는다.

말이 따뜻하다고 진심일 필요는 없고, 평소의 태도가 부드럽다고 해서 올바른 행동을 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잘못을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그 선택은 한순간에 드러나고,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 얼굴이 보이는 때다.

여전히 억울함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잘못을 말하는 순간, 사람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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