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른이 되기위해, 질문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어른들이 잃어버린 순수함과 호기심에 대하여

by GreenT

질문을 멈춘 순간부터 어른이 되었다

근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앞자리에 앉은 아이가 어머니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다소 지친 듯한 아이의 어머니는

“버스에서는 조용히 해야지”라며 아이를 달랬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나의 유년 시절이 떠올라
괜히 마음이 정겨워졌다.


때로는 이런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함호기심이 부럽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조차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어른들조차 당황할 만큼

거침없는 질문을 던진다.


어린 시절 우리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는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아마 누군가로부터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아이의 당돌한 질문 앞에서 당황한 어른이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그 물음을 무심코 눌러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대답 없는 질문에 지친 끝에
질문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버린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중요한 발견은 언제나
왜?’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뉴턴의 만유인력, 벨의 전화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까지.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단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던진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쉽게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모든 질문이
명확한 해답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삶의 이유는 무엇인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같은 질문처럼
끝끝내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끝없이 질문해야 한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이런 질문이,

그리고 이런 질문을 품은 사람들이

더욱 절실해진 시대다.


더구나 인터넷, AI라는 도구가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관점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사고를 비교적 쉽게 넓힐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발전이
항상 이점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에는
수많은 가짜 정보가 떠돌고,
생각이라는 근육이 자리 잡기도 전에
SNS 같은 매체를 통해
타인의 삶과 자신을 쉽게 비교하고 그들의 모습에 쉽게 동화된다.


더군다나 기술의 발전이 빨라질수록,
“소수의 똑똑한 사람이나 부자만 살아남을 것”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둥
생각을 포기하고 타인의 말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비난할 대상을 찾기 급급한 사람들도 더 자주 보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기술의 발전, 혹은 기술을 만든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을 포기해버린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빠른 결론을 요구하는 사회,
비교가 일상이 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답부터 찾으려한다.


빠르고 쉽게 돈버는 법,

쉽게 다이어트 하는 법,

빠르게 건강해지는 법 등.


스스로 답을 찾기보다

타인이 정한 답을 찾는 데

모두가 혈안이 되어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기보다

언제나 하나의 정답을 요구받는 환경에서 자라왔고,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익숙해진 사회에서

우리들 중 누구도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충분히 해보지 못했을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어쩌면 유독 대한민국에서

우울과 극단적인 선택이 유독 자주 언급되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과목만이 아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능력 또한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어린아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같은 어른들도,
어쩌면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도 말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제 와서 배우기엔 늦었다는 이유로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타인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나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많다고 해도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질문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단지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갈 뿐이다.
비교의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오직 과거의 자신뿐이어야 한다.


꿈을 꿀 때는
주변을 마음껏 둘러보고
크게 가져도 좋다.


다만, 비교를 할 때는
남들보다 얼마나 앞서 있는지가 아니라,
어제보다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얼마나 더 현명해졌는지에만 집중하자.


또한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하라.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엇을 향해 걷고 있는지.


목적지가 멀수록
도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듯,

물음이 클수록
그 답에 이르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특별한 재능을 가졌던 사람들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 끝에
자신이 가고자 했던 방향을
끝내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질문들,
그 질문들을 다시 붙잡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 앞에 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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