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선택이 사라진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

by GreenT

대학 전공과목을 듣던 중,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과거에는 대학만 나오면
팔, 다리만 멀쩡하게 붙어 있으면 데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말씀은 우리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처럼 들렸지만,

어쩐지 웃고 넘길 수만은 없었다.


한국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고,
그만큼 세대가 살아온 환경은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조부모님(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전쟁으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던 시대를 살아왔고,


부모님께서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로 올라서던
급격한 성장의 시기를 살아오셨다.


그리고 나와 다른 이들은 지금
그 성장 이후 찾아온

경제 수축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곧 다가올 시대는
그마저 남아있던 일자리까지 언제 AI에게 대체될지 모르는
대혼란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도 있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정답이었던 방식이
이제 더 이상 우리들의 시대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스스로의 답이 아닌, 정해진 답을 찾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이제 누구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 앞에 서 있다.


안전한 진로, 안전한 선택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해석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되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난 당장 오늘 먹고 살기도 막막한데.”


아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당신이 기대하는
통쾌한 해결책은 없다.


나는 점쟁이가 아니라,
그저 질문하는 사람일 뿐이니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당신이 찾던 예언가라기보다는,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거나
혹은 망상가,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이 말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IMF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얼마나 있었는가?
2000년에 지구는 멸망했는가?
코로나를 미리 내다본 사람은 또 얼마나 되는가?


우리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들은
대부분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인생은 원래 한 치 앞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 할 뿐이다.
속으로는 알고 있기에,
더 안정적인 것을 붙잡으려 악착같이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택이 우리를 경쟁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변화는 두렵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끝내 마주해야 한다.


AI가 기존의 길을 빼앗았다고
좌절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기서 주저 앉는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앞날을 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 없다.
다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연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은, 우리가 찍고 있는 점들이 언젠가 이어질 것이라 믿는 수밖에 없다.
배짱, 운명, 인생, 카르마... 무엇을 하든지 믿음을 갖고 해라
이러한 자세는 나를 절망하지 않게 했고, 내 인생의 모든 변화를 만들어 주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 역시

결코 인생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애플을 창업했지만,

결국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실패 위에서

넥스트와 픽사를 만들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들은

훗날 애플로 돌아와

아이폰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당시에는 실패처럼 보였던 점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야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셈이다.


AI로 인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깝고, 허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에

오래 머물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차라리 인생에서
하나의 큰 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자.


그림은

하나의 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쩌면 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제까지 과거에만 매달릴 것인가.
그럴 시간에,
차라리 더 많은 점을 찍어보자.


나 역시 한때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하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만 반복한다고
좋은 글이 나올 리 없었다.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좋은 글, 좋은 답은

결코 혼자만의 사색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국물 같은 것이라고.


어쩌겠는가.

우리의 운명이 이렇다면,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앞이 막막할 때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많은 점을 찍고 있는 중이라고.


지금은 버겁고 힘들어도,
언젠가는 지나간다고.


막막한 인생도,
살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진다.

힘내자.

작가의 이전글나는 어른이 되기위해, 질문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